전날 오후 일본 규슈에서 규모 7.1 지진이 발생하면서, 일본 정부가 대지진 발생 가능성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지 공영 NHK 방송 등에 따르면 8일 오후 4시 43분쯤 일본 규슈 남동부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7.1 지진이 발생했다. 현지 기상당국은 처음 규모 6.9으로 알렸다가 7.1로 상향 조정했다.
진원 깊이는 30km. 이번 지진으로 일본 규슈 미야자키현·오이타현·가고시마현과 시코쿠 고치현·에히메현 등지에는 쓰나미(지진해일) 주의보가 발령됐다. 실제로 미야자키항에서는 50cm 높이의 쓰나미가 관측됐으며 시코쿠에도 해일이 도착했다.
또한 이번 지진으로 미야자키현 니치난시에서 진도 6약의 흔들림을 관측됐으며, 진도 5강의 흔들림이 미야자키시와 미야자키현 미야자키시, 쿠시마시, 가고시마현 오사키초, 진도 5약 흔들림이 미야자키현 고바야시시나 가고시마시 등에서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은 지진 등급을 흔들림 정도를 수치화해 0~7로 표시한다. 진도 6약은 서 있기 곤란하고 벽 타일과 창 유리가 파손되거나 책장이 넘어질 수 있는 수준이며, 5 강~ 5 약은 걷기 어렵고 고정되지 않은 식기나 가구 등이 넘어지는 수준이다.
지진이 잦은 일본이 이번 지진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는 이른바 '난카이 해곡 대지진'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난카이 해곡은 유라시아판 아래로 필리핀해판이 섭입하는 곳으로 100∼200년 간격으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30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을 70∼80%로 보고 있다. 규모 8∼9에 달하는 지진이 일어나면 최대 30m 높이의 거대 쓰나미가 몰려오고 23만여 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오고 건물 209만 채가 피해 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현지 당국은 이번 지진이 필리핀해판 경계가 어긋나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후 일주일 이내에 8 이상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가 수백회 중 1번꼴로 있기 때문에 난카이 대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현지 기상청은 “새로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평상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커졌다”고 경고하는 한편, 특정 기간 중 대규모 지진이 반드시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공포감 확산을 경계했다.
이번에 발령된 임시 정보는 피난을 권고하는 '거대 지진 경계'보다는 한 단계 낮은 '거대 지진 주의'다. 피난 장소와 경로를 확인하고 가구를 고정하며 물과 비상식량 등을 미리 준비해 지진 발생에 대비하라는 주의다. 별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일주일 뒤 해제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정부는 난카이 해곡 지진에 대한 경계 태세를 신속하게 구축하고 있다”면서 국민에게 “정부에서 발표하는 정보를 잘 확인해 지진 대비를 재확인하고 지진이 발생하면 즉시 대피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사무국인 원자력규제청에 원자력시설에 대한 정보수집을 강화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전국 원자력발전소를 관리하는 사업자에도 다시 한번 거대 지진과 쓰나미 대비 상황을 확인하라고 촉구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