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옥석을 가리는 사업성 재평가가 본격적으로 실시되자 부실 뇌관이 드러나고 있다. 여신금융회사에서만 최소 4200억원 규모 부실채권이 발생하면서, 충당금 적립과 손실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11일 전자신문이 여신금융협회 등록 여전사(카드 8개사, 캐피탈 51개사) 공시를 취합한 결과 지난 6월~현재까지 발생한 부실채권 금액은 4196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카드가 공시한 부동산PF 회수의문 채권 1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모두 캐피탈사 부실이다. 롯데카드는 기존 '고정 이하'로 분류했던 채권을 회수의문으로 재평가한 상태다.
캐피탈사들은 지속해서 신규 부실채권을 신고하고 있다. 회사별로는 우리금융캐피탈이 공시한 부실채권이 총 785억원으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OK캐피탈 774억원 △M캐피탈 450억원 △신한캐피탈 388억원 △한국캐피탈 341억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여전사에 부동산PF 관련 부실 발생시 50억원 이상 규모 채권에 대해서만 공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까지 포함할 경우 부실금액이 불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는 지난 5월 금융위가 발표하고 추진 중인 부동산PF 옥석 가리기와 함께 신규 부실채권이 대거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금융사가 부실사업장을 선별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개편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평가 등급 세분화 △유의 등급 사업장 자율매각 추진 △부실 우려시 상각이나 경·공매 추진 등 부동산PF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재구조화가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는 사업성이 부족한 PF사업장에 대해 경·공매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는 향후 캐피탈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손충당금 적립에 더해 경공매로 인한 손실을 감수해야 해서다.
실제 지난 2분기부터 부동산PF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는 캐피탈사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공시되고 있는 부실 발생 금액까지 고려하면 올해 실적 악화가 예고되는 상황이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이렇게 한번에 부실채권이 경공매 대상으로 쏟아지게 되면 가격이 떨어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며 “대부분 금융기관이 손해를 보고 처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월 나이스신용평가는 '부동산PF 손실인식현황과 추가손실전망' 보고서에서 캐피털업계 부동산PF 예상 손실액을 2조4000억원~5조원 규모로 예상한 바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캐피탈사가 추가로 적립해야 할 대손충당금 규모는 9000억원~3조5000억원 규모로 분석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6월 이후 주요 캐피탈사 부실채권 발생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