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Idol)의 본래 뜻은 우상(偶像)이다. 이것이 지금은 10대 혹은 20대에게 높은 인기를 얻는 스타를 뜻하는 말로 더욱 많이 쓰이고 있지만, 닮고 싶고 따라 하고 싶은 워너비(Wannabe)의 의미도 여전히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아이브(IVE)의 앙코르 콘서트는 근래 가장 ‘아이돌스러운’ 콘서트였다.
아이브(이서, 장원영, 리즈, 레이, 안유진, 가을)는 지난 10일과 1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첫 번째 월드투어 ‘SHOW WHAT I HAVE(쇼 왓 아이 해브)’의 서울 앙코르 공연이 열고 약 1만 6000여 관객과 호흡했다.
이번 콘서트를 한 단어로 축약하자면 아마도 ‘예쁘다’가 가장 어울릴 것이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아이브는 보편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매우 뛰어난 비주얼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룹이다.
그런 아이브가 자신들이 가장 빛나는 장소에서 자신들이 가진 미와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으니 그것이 예쁘고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사람들의 ‘공감’이 무수한 종류의 미(美)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관객 중에 ‘아이브는 예쁘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도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브 멤버들의 무대와 퍼포먼스는 물론이고, 작은 손짓과 움직임 하나에도 연신 감탄과 환호를 내지르기 바쁜 관객들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더불어 아이브 멤버들은 공연 중간중간 팬들을 향해 다양한 포즈를 지으며 즉석 포토타임을 만들어대거나 팬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들에게 절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마치 어떻게 해야 자신들이 더 예쁘고 아름답게 보이는 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왜 아이브가 10대 청소년들에게 절대적인 워너비이자 군림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그야말로 ‘아이돌 그 자체’인 순간이었다.
무대적인 측면에서도 흥미로웠다. 반드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걸그룹의 콘서트는 보이그룹의 콘서트에 비해 파워풀, 다이내믹 등의 단어와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쪽이 더 낫고 덜하고의 차원이 아니라, 스포츠 경기에서 남자부와 여자부의 차이처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다름이다.
때문에 걸그룹의 콘서트에는 이런 부족한 역동성과 파워를 채워줄 다른 관전 포인트를 다수 설치하기도 하는데, 아이브는 매우 손쉽게 이를 해결해 버렸다. 이들에게는 다수인 메가 히트곡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브는 ‘ELEVEN(일레븐)’, ‘LOVE DIVE(러브 다이브)’ ‘After LIKE(애프터 라이크)’, ‘Kitsch(키치)’, ‘I AM(아이 엠)’ 등 단순 1위를 넘어 그 해를 대표하는 곡으로 꼽힐만한 히트곡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이 곡들은 이런저런 고민을 모두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전주가 시작된 순간, 문자 그대로 ‘게임 끝’이라고 할만한 관객 반응을 이끌어 냈으니 말이다.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아이브의 앙코르 콘서트는 근래에 ‘가장 아이돌스러운 콘서트’라고 평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연이었다.
예상컨대, 이날 공연이 끝나고 아이브가 광고모델로 나선 피자와 콜라를 저녁 메뉴로 정한 관객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그 정도로 이날의 아이브는 걸그룹을 넘어 하나의 영향력이자 현상이었다.
한편 아이브는 오는 9월 4일과 5일 일본 도쿄도 도쿄돔에서 ‘SHOW WHAT I HAVE’ 투어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