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기차 포비아' 조기 진압 나섰다

완속충전기 PLC 확대·배터리제조사 공개 검토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영주차장에 전기차량 화재용 질식소화덮개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영주차장에 전기차량 화재용 질식소화덮개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기차 화재 예방 차원에서 지하주차장에 전력선통신(PLC) 모뎀 장착 완속충전기 확대 설치, 배터리 제조사 공개 여부 등을 타진한다.

12일 환경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전기차 화재 관련 관계부처 긴급회의에서 이같은 안건을 논의했다. 최근 잇단 화재로 이른바 '전기차 공포증(포비아)'이 확산하는 가운데 전기차 화재 예방 1차 긴급회의 성격이다.

이번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과충전 방지안이 논의됐다. 급속충전기는 PLC 모뎀이 장착돼 전기차 배터리 충전상태정보(SoC)를 차량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서 건네받아 충전기 자체적으로 과충전을 방지할 수 있다. 현재 전기차 충전기의 98% 이상을 차지하는 완속충전기는 급속충전기와 달리 충전기 자체에서 과충전을 막을 수 있는 PLC 모뎀이 장착돼 있지 않다.

환경부는 PLC 모뎀을 탑재한 '화재예방형 충전기'가 충전 중 전기차의 배터리 정보 수집과 충전 제어가 가능해 전기차 화재를 근원적으로 예방하는 데 기여한다고 봤다. PLC 모뎀 가격에 상응하는 40만원을 '전기차 배터리 정보 수집 등을 위한 장치비' 명목으로 추가 지원해 지하주차장에 들어서는 신규 완속충전기에 PLC 탑재를 사실상 의무화한다.

스프링클러를 더 촘촘하게 설치하고 반응속도를 높여 지하주차장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과 함께, 지상 전기차 충전기를 확대하는 안도 논의됐다.

배터리 제조사 공개 여부도 관심사다. 국내에서는 현재 차량의 크기와 무게, 최대 출력, 전비, 배터리 용량 등만 안내한다. 반면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지난 1일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에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조사돼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정부 또한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차량 제원 안내에 포함해 공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배터리 인증제를 담은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이 내년 2월 시행되는 가운데 국토부는 하위법령 개정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다. 제조사 의견 수렴을 거쳐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 의무화를 하위법령에 담는 방안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에 화재가 난 벤츠 EQE에 대한 리콜 여부는 국과수 합동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회의를 격상해 전기차 화재 예방 2차 긴급회의를 환경부, 국토부, 산업부 등 관계부처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13일 개최할 것”이라면서 “내달 초까지는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