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공급망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이 전고체 배터리 핵심 소재인 고체 전해질 양산을 준비하고 나선 데 이어,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고체 전해질의 원재료인 황화리튬(Li2S) 생산을 시작했다.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맞춰 원료부터 핵심 소재까지 전고체 생태계가 국내 속속 갖춰지는 양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울산 온산공장에 황화리튬 파일럿 라인을 지난 5월 완공하고 최근 가동을 시작했다. 회사는 이곳에서 생산한 황화리튬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연간 생산 능력 40톤 규모의 황화리튬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다. 파일럿 라인 건설을 위한 1차 투자에 210억원, 2차 투자에 180억원 등 총 390억원을 투입했다. 라인 완공 이후 황화리튬 출하를 시작, 3분기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화리튬은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높인 차세대 배터리로, 황화리튬은 고체 전해질의 원재료로 사용된다. 이수그룹 계열사인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전고체 배터리 소재 사업화를 위해 지난 2020년 황화리튬 연구개발(R&D)에 착수했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황화리튬은 에코프로비엠에 납품이 예상된다. 앞서 이수화학과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2022년 황화리튬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고체 전해질 공급 체계 구축에 합의한 바 있다. 에코프로비엠이 투자를 준비 중인 고체 전해질 양산 라인에 이수스페셜티케미컬 황화리튬이 투입될 지 주목된다. 이렇게 되면 전고체 전해질 원료부터 고체 전해질까지 공급 체인이 완성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2027년부터 양산될 예정이다. 삼성SDI가 2027년을 겨냥하고 있으며, SK온은 2029년,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을 목표로 세웠다. 배터리 제조사들이 차세대 제품으로 전고체를 낙점하고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을 세우면서 공급망 앞단에 있는 소재 회사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겨냥한 경쟁은 물밑에서 이미 한창이다. 국내에서는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외에 레이크머티리얼즈와 정석케미칼 등이 황화리튬을 개발하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포스코그룹도 황화리튬을 생산하기 위해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