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이 전고체 배터리 핵심 소재인 고체 전해질 양산 라인 구축을 추진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성은 낮고 에너지 밀도는 높은 차세대 배터리다. 국내 최대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이 차세대 핵심 소재 확보에도 나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양산 라인 투자 계획을 세웠다. 오는 10월 착공해 2026년 3월 완공한다는 목표로, 연간 300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세부 계획은 수립한 상태로, 최종 투자 결정을 위한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그룹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만큼 고체 전해질 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이 조만간 내려질 전망이다. 에코프로 창업주인 이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다면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유기물 형태인 기존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액체 전해질은 인화성인 반면 고체 전해질은 온도 변화에 따른 반응이나 외부 충격으로 인한 누액 위험이 없어 화재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2021년 고체 전해질 개발에 착수했고, 이듬해인 2022년에는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그동안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해왔는데, 시험생산 단계를 넘어 대량생산으로 진일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비엠 외에도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이 고체 전해질을 개발하고 있지만, 양산 라인을 만든 국내 기업은 아직 없다. 에코프로비엠이 고체 전해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산 라인 구축은 대규모 투자가 동반되는 만큼 에코프로비엠이 적극적인 고객사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삼성SDI로 2027년 양산이 목표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2029년, 2030년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에코프로비엠의 고체 전해질 양산 라인 완공 시점(2026년 3월)과 맞물려 국내 배터리 제조사와의 협력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개발 및 양산이 어려워 아직 제대로 상용화한 기업이 전 세계에 없는데, 국내 배터리 전문 업체와 소재 전문 회사가 새로운 기록을 작성할지 관심이 쏠린다.
에코프로비엠 측은 고체 전해질 양산 라인 구축 계획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