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전기차를 멀리하려는 집단 따돌림 현상까지 나타났다.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가 계기다. 아파트 주민들 간에 고성과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지하 주차장 사용을 막는 단지들이 생겨났다. 당연히 전기차 차주들은 반발할 수 밖에 없다. 열 폭주 현상이 일어날 경우 순식간에 주위 차량에 영향이 갈 수 있는 것이다.
일부 공동주택에서는 지하 주차장을 지상으로 이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공공 주차타워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주차를 막는 곳이 하나 둘 생겨난다. 대리점에는 차량 구매를 취소하려는 문의도 늘었다. 하이브리드 인기차종은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전기차는 할인율이 크게 올라가는 추세다. 중고차 가격도 하락세다.
문제의 사고 차량은 점유율이 10위 권 밖에 있는 중국 배터리를 탑재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차량 브랜드 벤츠는 체면을 구겼다.
주목할 점은 중국산 저가 배터리를 탑재한 수입 브랜드 차량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운행중인 수입 브랜드 전기차 10대 중 4대가 국산보다 30% 가량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60만대를 돌파했다.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다.
하지만 전기차 산업은 당분한 수요 둔화가 예상된다. 화석연료 차량에서 친환경 전기차로의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 전기차 화재 발생 역시 구매시점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차량용 배터리 업체들도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정부는 12일 이병화 환경부 차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었다. 지하주차장에 전력선통신(PLC) 모뎀 장착 완속충전기 설치 확대, 배터리 제조사 공개 여부 등이 논의됐다.
배터리 실명제 도입에 대한 긍정적 검토가 요구된다. 이미 상당수 국가는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려고 준비중이다. 유럽연합은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사들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배터리 정보제공은 산업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도 긍정 요인이다.
전기차 충전소를 지상으로 올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도로변 주유소처럼 전기차 충전소와 주차장에는 지붕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빗물에 따른 위험성을 해소해야 한다.
13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리는 회의에서 신속하고 구체적인 전기차 화재 예방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소비자 불안 해소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기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