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입시철이 다가온다. 대학 입시의 첫 번째 관문인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학들은 9월 9일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을 앞두고 막바지 입학설명회를 진행하느라 분주하다. 입학설명회는 대부분의 대학이 7~8월부터 시작해 통상 3회 정도 연다.
대학은 우수 학생을 입학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참석한 학부모 대상으로 학교의 강점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올해 입학한 신입생이 어떻게 학교에 입학했는지 노하우를 전수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참석한 학부모들은 자녀가 해당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팁을 하나라도 더 듣기 위해 집중한다.
대학의 입학설명회를 듣다보면, 진행하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학교마다 바람은 조금씩 다른 듯 하다. 상위권 대학은 의대로 빠지는 최상위 학생을 잡기 위해 졸업 후 취업 보장, 장학금 등 다양한 혜택을 제시한다. 중위권 대학은 상위권 대학으로 옮겨가는 학생을 잡기 위해 나름의 장점을 역설한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면, '우리나라 대학은 학과에 상관 없이 학교 서열이 명확하게 메겨져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입시를 준비한 학생이나 학부모면 누구나 알고 있듯 대학 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학교 서열 순으로 부르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로 불려지는 것 말이다.
얼마 전 수도권에 위치한 한 대학 설명회를 갔다. 공과대학은 그래도 나름 강점이 있는 대학이다. 과거에는 해당 대학의 공과대학은 서울에 있는 왠만한 중위권 대학보다 좋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2025학년 입학설명회를 개최하는 현 시점에서는 그냥 서울권 밖에 있는 수도권 대학이다. 의과대학을 제외하고는.
이렇듯 우리나라 대학 진학은 강점을 지닌 학과를 가기 위한 것보다, 명문대를 가기 위해 학과를 선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과는 원하지 않더라도 들어갈 수 있는 학과를 간다. 이후 전과를 하거나 그냥 다니면 된다는 생각이다. 이러다 보니 수도권 대학은 강점을 지닌 학과를 내세우기 보다, '서울에서 얼마 안 걸린다' '주위에 많은 인프라가 있다' 등을 내세워 학생을 유치한다.
학령인구가 줄어 앞으로 대학 진학 학생 수는 더욱 적어질 것이다. “지금이야 학생을 모집하지만, 앞으로는 학생을 모객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알겠지만, '모집'은 사람을 '뽑는다'는 의미가 포함됐고, '모객'은 사람을 '찾는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이 말은 현재 서울에 위치한 중위권 대학의 입학처장이 한 말이다.
서울의 중위권 대학이 이정도라면, 수도권, 지방권 대학은 말할 것도 없다. 대학이 강점을 지닌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강화하면 어떨까. 특정 영역에서 강점을 지닌 명실상부 특성화대학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처럼 말이다. 포스텍은 지방인 포항에 있지만 우수 인재가 입학하고 싶어하는 명문 공과대학이다.
네덜란드에 와게닝겐대가 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르나, 네덜란드 생명과학도시 와게닝겐에 위치한 공립대학이다. 이 대학은 현재 식품농업분야에서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을 제치고 세계 1위의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네덜란드 내에서도 수도인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암스테르담대를 제치고 네덜란드 전체 대학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적인 대학까지 넘보자는 얘기는 아니다. 꼭 서울에 있지 않아도,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충분히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내세울 수 있는 강소 특성화 대학을 집중적으로 정부가 지원해주고, 육성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걸 통해 대학은 지역 산업과 연계해 특화분야를 선정, 학제와 커리큘럼 등을 개편해 적극 강화하는 것이다.
농업·관광·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제2의 포스텍이 탄생하기를 바란다. 수도권·지방권 대학은 차별화가 안되는 백화점식 종합대학으로는, 확고하게 자리잡은 오늘날 대학 서열 문화에서 살아남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