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K팝은 브랜드는 물론 경제적 가치를 크게 입증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업계와 정부, 팬덤 등 모든 주체가 스스로를 함께 돌아봤으면 좋겠다.” 최광호 (사)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이 K팝 지속발전을 위한 견해를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울 서초구 (사)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서 최광호 사무총장과 만났다. (사)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는 2008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 인가를 받은 비영리법인으로, 하이브·SM·JYP·YG·FNC·RBW·미디어라인 등 엔터사는 물론 소니뮤직·워너뮤직·유니버설뮤직 등 해외 직배사와 카카오엔터·지니뮤직 등 국내 유통사까지 회원사로 두고 음악콘텐츠 산업의 발전진흥과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 중이다.
최광호 사무총장은 (사)한국음악콘텐츠협회의 창립멤버로 16년째 협회에 몸담으면서, 국내 음악방송과 유력 시상식들의 지표가 되는 써클차트(구 가온차트) 운영과 함께, 저작권 징수체계 ·아티스트 병역법·언론 시상식 지침·조세제도 개편 등 다양한 현안들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음악과 기술 간 소통행사 MWM콘퍼런스·장르별 대중소통 굿밤콘서트 등의 행사를 마련하는 데 구심점이 돼왔다.
최 사무총장은 정중하면서도 유쾌한 모습으로 K팝 업계의 현주소와 과제들을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산업 관점에서 K팝은 어떻게 바뀌었다고 보나?
▲경제적, 브랜드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경제적 측면으로 보면 K팝은 수년 새 급성장했다. 과거부터 글로벌 히트상품이긴 했지만, 게임 등 여타 분야와 달리 시장규모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의 히트를 기점으로 하이브, SM, JYP, YG 등을 필두로 한 엔터사들의 활약상이 세계화되고,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들의 대두와 함께 IP 보호와 저작권 이용 징수체계가 공고해지면서 산업 가치가 높아졌다.
브랜드 측면에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으로 위상을 높여왔다.
-K팝의 글로벌 인기, 그 바탕에 무엇이 있다고 보나?
▲비주얼이나 퍼포먼스, 음악 등의 기본요소는 물론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팬덤문화와 플랫폼의 세계화가 크다고 본다.
클론 등 90년대 음악부터 K팝 한류의 분위기가 점점 더 세련된 톤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응원법부터 굿즈 수집 등 국내 팬들의 K팝 향유패턴 또한 고도화됐다. 이러한 K팝 인기요소들이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파급되면서, 아티스트 창작자와 팬덤, 산업종사자까지 모두에게 선순환으로 돌아온 것이다.
-엔터계 대-중소 체감 차가 더욱 커진 모습이다. 그 이유는?
▲산업 특성상 대중 인지도가 성공요소 핵심인데, 대형사의 경우는 이미 글로벌 팬덤을 갖춘 상태에서 시작하고, 중소사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 크다. 그와 함께 기업 규모 측면에서 콘텐츠 제작 규모와 마케팅 역량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격차가 굳어져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과거 활동 채널이 방송 등의 일부에 국한돼있던 것에 반해, 지금은 숏폼, 소셜채널 등으로 다각화되면서 영향력과 수익화의 가능성 또한 폭넓게 자리하게 됐다. 물론 규모의 경제 격으로 기업운영도가 갈라질 수는 있지만, 마냥 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최근 K팝과 IT 기술의 만남이 다각화되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어느 분야든 새로운 기술이나 형식의 도입에 보수, 혁신의 양 시선은 존재한다. K팝 계와 IT기술의 만남 또한 그렇다. 2000년대 초반 스트리밍 플랫폼의 대두 당시에도 위기로 비치기도 했지만, 현재는 글로벌 수준의 콘텐츠 구독경제의 기틀이 됐다.
요즘 AI 화두에서도 마찬가지로 양 측면이 존재한다. 다만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능동적으로 대처하자는 시선이 꽤 존재한다는 게 큰 차이다. 음콘협의 MWM콘퍼런스는 이러한 K팝과 기술, 비즈니스 측면의 다양한 소통접근을 유도하는 취지를 지니고 있다.
-아이돌 퍼포먼스 중심의 K팝장르, 다변화 방향은 어떻게?
▲K팝이라는 것의 다양성과 함께, 아이돌이라는 정의를 팬덤형성과 소통으로 놓고 보면 그 방향은 명확해진다. 최근 DAY6와 같은 밴드처럼 퍼포먼스 중심이 아니어도 아이돌로 빛을 볼 수 있다. 그 점은 업계내에서도 실감하고 있다.
장르측면에서도 뉴잭스윙 등의 과거 인기장르를 새로운 톤으로 재해석하면서 여러 세대와 인종, 연령대의 사람들이 즐기듯, 다양한 변주를 통해 확대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K팝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 예술적 매력은 물론 도덕성 또한 한 축이 되곤 한다. 그러한 이유와 함께 이것 또한 세계화될 수 있다고 보나?
▲'완성형'을 표방하는 K팝 아티스트의 속성과 함께, 대중예술인으로서의 책무, 어린 활동 연령대 등이 겹쳐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도덕성 요소가 아티스트의 흥행성적처럼 계량화되는 것 같아 애석하다.
K팝만큼 팬덤문화가 확산한 요즘, 아티스트를 향한 도덕성 잣대 또한 세계화됐지만 나라별 가치관 차이는 분명하다. 사회인으로서 도덕적, 법적 의무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고, 실수했을 때 대가를 분명히 치러야 한다. 다만 낙인찍는 게 아니라 그 대가를 치른 이후, 재개기회는 다시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팬덤은 K팝산업 확장의 1등공신이지만, 그만큼 생각해볼 과제들도 많이 제시했다. 어떻게 보나?
▲팬덤은 보이지 않는 실체이자 절대적 영향력을 지닌 주체다. 또한 K팝 글로벌화를 이끈 핵심이자 직접적인 문화주체들이다. 분명 대우받아야 하고 함께 호흡해야할 팬덤주체지만,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다. 음악 자체의 매력을 느끼기 보다 아티스트 자체를 흥행선수처럼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엔터사들의 사업적 방향성은 물론, 심지어 아티스트 간의 연대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실수나 오류에 대해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반응이 나올 때도 있다. 당연히 소비하고 소통하는 주체로서 그러한 질책들은 당연하겠으나, K팝을 함께 만드는 주체로서의 팬덤 또한 공동체로서의 존중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K팝을 중심으로 다양한 업군의 소통폭을 마련중인 음콘협, 주요 관점은?
▲음콘협은 업계 안팎의 사람들과 모두 소통하고 조율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음악과 다수 전문영역들의 공론화를 이끄는 데 신경쓴다. 오는 9월 AI 연구응용 인력과 음악계 창작자가 모일 MWM 행사처럼, 업계 안팎의 이해당사자들의 정서들을 이해하고 관심을 기울이면서 접근하고 있다.
-K팝에서의 당면과제?
▲시상식, 뮤비심의, 조세제도 등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시상식 측면에서는 20개 이상 늘어난 규모와 함께 공인, 권위 등의 진정성 대신 주최 측의 수익화에 집중한 모습이 업계와 대중의 반감을 산다는 것이다. 개별단위의 영리 목적에 집중하기 전, 음악업계와 미디어, 정부까지 모두가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협의할 의지가 필요하다.
또 뮤비심의나 조세제도 역시도 지금 커진 산업 규모나 수준보다 홀대받고 있는 부분이다. 대중예술의 화제성을 토대로 포지티브 규제 식의 법률 행보를 더욱 강하고 빈번하게 적용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음악업계는 물론 K팝의 산업화에 함께 한 정부, 팬덤 등 모든 주체가 다 같이 스스로를 돌아봤으면 좋겠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