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성장론'을 두고 견해차를 보였다. 한 대표는 성장에 따른 격차 해소를 강조하며 격차해소특별위원회(격차해소특위) 설치를 시사했다. 반면에 연임에 성공한 이 대표는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전환 등 미래 시대 대비를 바탕으로 한 성장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격차해소특위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60년대 이후 매우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왔고 국민 삶의 수준 역시 발전했는데 그 결과로 나타난 대표적인 문제점이 저출산·고령화 현상과 양극화를 넘어선 격차의 위기”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이날 언급한 격차해소특위는 다양한 분야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책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우상향을 바탕으로 한 성장에 무게를 두되 이에 따라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격차해소특위는 여당의 이점을 활용해 중앙정부와 협의를 거쳐 관련 정책을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난임 지원 등 구체적인 정책 등은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과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 대표는 “장려하고 그 속에서 공동체 전체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며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미래에 대한 집중 투자가 공동체 파이를 키우는 일환”이라고 했다. 또 “파이를 키우는 지속 가능한 성장뿐 아니라 어려운 현실 속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 구조적인 이유로 생긴 다양한 격차를 줄이는 노력도 똑같은 비중으로 중시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반면에 이 대표는 위기 극복을 통한 성장을 언급했다. 그는 시대 변화에 맞춘 대응을 바탕으로 한 먹사니즘(먹고 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념)을 강조했다. 특히 AI 시대, 에너지 전환 등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기술 투자를 바탕으로 한 성장을 통해 미래에 대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새로운 지도부와 함께 성과를 내겠다고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연임 성공 이후 열린 첫 최고위에서 “정치의 목적은 뭐니 뭐니 해도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라며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의 삶을 구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야 한다”라고 했다.
또 “우리 앞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성장을 회복하고 더 많은 기회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면서 “AI 시대를 대비한 기본사회비전, 에너지 대전환에 대비한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도 차근차근 현실로 만들어가겠다. 이제 실천으로 성과를 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 대표와 이 대표는 양당 대표 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두 사람이 미래 먹거리 집중 육성과 성장을 바탕으로 한 미래 준비 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관련 정책에 대한 합의를 이룰지 주목된다.
한 대표는 “조속한 시일에 시간과 장소를 잡았으면 좋겠다. 양당 대표 회담을 통해 여러 민생 과제에 대한 실질적인 결과를 많이 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비서실장에게 실무 협의를 지시한 상태”라며 “이른 시일 안에 만나 민생문제와 정국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으면 한다”라고 언급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