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산업 내 주요 기술을 가진 기업을 다른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인수합병(M&A)하려고 할 때 법무법인, 회계법인을 통해 지원하는 플랫폼 사업을 추진한다. 소부장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외국으로 매각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최근 전자신문과 만나 “국내 기업들이 M&A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와 글로벌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 소부장 기업들이 한계기업이 돼 사업을 매각하거나 업종을 변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배터리가 대표적으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가 배터리 장비로 전환한 사례가 많다.
이에 공신력 있는 협회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섭외해 중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협회라는 플랫폼을 통해 한계기업을 국내 기업이 인수하도록 지원하면 사업을 더 키울 수 있고, 기업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을 막고 고용 승계 및 기술 유출 방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기업들 의견을 더 청취해서 하반기에는 법무법인, 회계법인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협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보다 구체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M&A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선익시스템을 들었다. 동아엘텍이 2009년 선익시스템을 인수해서 증착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선익시스템은 일본이 독점해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기를 개발하고, 수출에 성공했다.
이 부회장은 소부장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고, 더 나아가 중국 위주 시장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 산업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디스플레이 종주국인 국내에 '한국판 CES' 위상을 갖춘 디스플레이 전시회를 열고 국내의 우수한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최근 개최한 K-디스플레이 전시회에서 지난해까지 주로 중국으로 국한돼있던 바이어 상담을 미국,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등으로 확대했다. 상담 건수도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부회장은 “정보기술(IT)용, TV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우리가 제일 잘하고, 중국만을 경쟁국으로 생각했지만 이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발상”이라며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비롯해 미국이나 유럽의 원천기술도 보고 인도와 같은 신흥 시장도 보면서 우리 위치를 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마이크로 LED를 사례로 들며 국내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도록 공공조달펀드를 비롯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가 국내 기술로 만든 마이크로 LED 상업용 디스플레이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해 시장을 열면, 중국이나 대만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더라도 소부장 기업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서울 송파구나 경기 하남시 등 국내 지자체들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를 참고해 마이크로 LED 활용한 사이니지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데, LED칩이나 구동칩은 중국이나 대만 것인 경우가 많다”며 “우리 기업이 참여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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