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층이 어린 시절 아버지 방에 놓인 빈티지 카메라를 보며 '좋은 카메라'란 이미지를 가졌던 추억에서 착안, '클래식' 디자인을 미러리스 카메라에 도입했습니다. 브랜드 상징이 된 클래식이 인기를 얻어 미러리스 카메라 후발주자임에도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마이 마사즈미 후지필름 수석 디자이너는 이처럼 브랜드 차별화 핵심 요소로 '카메라 디자인'을 꼽았다.
후지필름은 필름, DSLR, 미러리스로 카메라 인기가 이동했지만 각진 바디, 금속과 가죽 질감 커버의 조화 등 20세기 중반 필름 카메라를 연상시키는 클래식 가치를 고수하고 있다.
그는 시대 변화에도 '사진을 찍는 도구'란 본질은 여전히 카메라 디자인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외관 변화를 시도하기보다 소비자가 한눈에 보고 손에 들었을 때 카메라 매력을 체감하도록 구체적인 형태를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며 디자인 자유도가 높아졌고 실제 렌즈를 바디 중앙이 아닌 위치에 배치하는 등 여러 시도는 있었다”며 “그러나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은 여전히 필름 카메라부터 이어져 온 익숙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으로 바디를 받치면서 쉽게 셔터를 누르도록 가로로 긴 바디, 무게중심이 맞도록 렌즈를 중앙부에 위치시킨 외관은 후지필름 카메라를 디자인 해온 20여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후지필름은 손가락들이 주요 조작부로 쉽게 접근하는 등 편의성을 높이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이마이 마사즈미 디자이너는 “스테디셀러인 X100 시리즈의 경우, 사용 빈도가 높은 노출보정 다이얼을 카메라를 들었을 때 손의 위치를 바뀌지 않고 엄지손가락에 닿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후지필름은 기술 발전으로 디지털카메라 기능이 지속 추가되며 전력 소비량이 많아짐에 따라 배터리 크기가 커지는 문제 등의 기술적 한계를 디자인 설계로 최소화하는 것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마이 마사즈미 디자이너는 “배터리 쪽 섀시는 두껍더라도 바깥으로 노출된 부분은 얇게 만들어 전체적으로 슬림한 외형 이미지를 유지하도록 디자인하고 있다”며 “기획 단계부터 제품 설계팀과 협업해 최신 기술을 디자인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인철 기자 aup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