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한 세계 최고령자로 기네스북에 오른 스페인의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 여사가 117세로 사망했다.
20일(현지 시각) AP 통신 등에 따르면 모레라 여사 유족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마리아 브라냐스가 우리 곁을 떠났다”며 “그는 자신이 원하던 대로, 평화롭게, 고통 없이 숨을 거뒀다”고 사망 소식을 전했다.
1907년 3월 4일 미국에서 태어난 모레라 여사는 지난해 1월, 115세 나이로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여성,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 두 가지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는 숨지기 전날 SNS에 “나는 약해지고 있다.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울지 마라. 나는 눈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나로 인해 고통받지 마라. 내가 가는 곳에서 나는 행복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든 나는 항상 너희와 함께 할 것”이라고 임종을 예감하는 글을 올렸다.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으나 고인이 살아온 삶은 녹록치 않았다. 그는 생전 3번의 전쟁과 2번의 전염병 팬데믹을 겪었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8살의 나이로 스페인으로 이주한 모레라 여사는 배 위에서 넘어져 한쪽 귀 청력을 잃었다. 또한 당시 고인의 아버지가 바다 위에서 결핵으로 숨졌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1918~1920년에는 스페인 독감이 대유행하기도 했다.
그는 스페인 내전(1936∼1939) 발발 5년 전인 1931년 의사와 결혼해 가정을 이뤘고 남편이 72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40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결혼 6년 만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모레라 여사는 2020년, 일생의 두 번째 전염병 펜데믹을 맞았다. 당시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지만 이를 이겨내면서 '코로나19 최고령 생존자'가 되어 올해 3월 117세 생일을 맞았다.
모레라 여사는 슬하에 자녀 3명과 손주 11명, 많은 증손주를 두고 있다. 남편은 1976년 먼저 세상을 떠났고 자녀 중 첫째도 먼저 사망했다.
그는 과거 기네스 세계 기록(GWR)과 인터뷰에서 장수 비결로 가족, 친구와의 좋은 관계, 평화, 자연과 어우러진 삶 등을 꼽으면서도 '행운'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말한 바 있다.
모레라 여사가 세상을 떠나면서 세계 최고령자는 1908년 5월 23일생인 일본의 이토오카 도미코 여사가 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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