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 실적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됐던 설비 투자가 다른 분야로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하반기 실적 성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관련 소부장 상장사 89개사 합산 실적은 매출 6조1621억원, 영업이익 655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5%와 53% 증가했다.
2분기 영업손익이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한 기업은 주성엔지니어링, 와이씨, 제우스, 덕산하이메탈, 예스티 등 13개사로 집계됐다. 이들을 포함,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기업은 50개사에 달했다. 89개사 중 절반이 넘는 기업의 실적이 좋아진 것으로 반도체 업황 개선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메모리 제조사들의 투자가 HBM에 집중되면서 관련 업체 실적도 큰 폭으로 상승한 특징을 보였다. HBM용 열압착(TC) 본더를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공급하는 한미반도체는 매출 1235억원, 영업이익 55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1.6%, 396.0% 늘어난 수치다. TC본더를 포함한 반도체 장비에 세라믹 부품을 공급하는 미코도 영업이익이 349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93.4% 급증했다.
세계 반도체 쿼츠웨어 점유율 1위 업체인 원익QnC는 매출 2330억원, 영업이익 36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0%와 29.9% 늘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상승하며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국내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선두업체인 동진쎄미켐 2분기 실적은 매출 3554억원, 영업이익 50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 상승하며 지난해 1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에 500억원을 다시 넘어섰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 솔브레인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7.6%, 38.5% 상승한 166억원과 458억원으로 나타났다.
원익IPS는 2분기 실적이 매출 1549억원, 영업손실 31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이는 데 그쳤으나 증권가는 연간 기준으로 매출 7498억원, 영업이익 98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소부장 기업들이 실적 개선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 시장 규모가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신규 설비투자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4공장에 낸드와 D램 설비를 들이기로 했고, SK하이닉스는 이천 M16 공장에 HBM용 D램 라인을 증설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내년 D램과 낸드 시장 규모는 각각 1620억 달러(약 216조원), 1030억 달러(약 137조원)로 올해보다 66%와 34%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의 투자 사이클이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며 “소부장 기업들의 실적 반등은 하반기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