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메디슨이 인공지능(AI) 전담 연구개발(R&D)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미래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규태 대표 취임 후 첫 조직개편을 AI 전담조직 강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소프트웨어(SW) 중심 체질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메디슨은 최근 R&D 조직인 개발팀 산하 AI비전 그룹을 AI&인포매틱스 그룹으로 개편했다. 그룹 총괄에는 필립스 출신 비제이 샴다사니 상무를 영입,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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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AI비전그룹은 삼성메디슨 초음파 기기에 탑재되는 다양한 AI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전담팀이다. 삼성메디슨은 그동안 미래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췄던 것에서 AI를 활용한 진단보조, 리포팅 등 정보 비즈니스를 본격화하기 위해 명칭 변경과 함께 조직도 대폭 강화했다.
특히 이번에 개편한 AI&인포매틱스 그룹 산하엔 영상의학과, 산부인과, 심장내과 등 5개 랩을 신설했다. 분과별 AI 기술개발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도다. 하반기 AI 개발 인력도 충원해 조직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조직개편은 지난 5월 유규태 삼성메디슨 대표 취임 후 진행한 첫 조직개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 대표는 취임 후 지난 6월 국내외 해외 영업조직을 권역별로 일부 개편하고, 그룹장 변경 등 소폭의 변화를 줬다. 사실상 인력 재배치를 목적으로 한 만큼 유 대표 체제에서 첫 조직개편은 AI 전담조직 재편으로 볼 수 있다.
유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고객가치'를 강조하며, 이를 실현할 무기로 AI를 지목했다. 취임 첫 일정으로 지난 5월 8일 인수한 프랑스 의료AI 스타트업 소니오 본사를 찾을 정도였다.

이번 조직개편 역시 유 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해 의료 AI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전략 새판짜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GE, 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이 AI 등 SW 경쟁력 싸움으로 진화하면서 전사 차원의 역량 확보에 나선 것이다.
삼성메디슨은 AI&인포매틱스 그룹을 중심으로 초음파 진단기기에 탑재되는 다양한 AI 솔루션 개발과 함께 이르면 내달 인수 절차가 완료되는 소니오와 시너지 창출 전략 수립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소니오는 초음파 진단 영상을 기반으로 AI가 결과를 분석해주는 솔루션을 보유했다. 삼성메디슨은 이르면 4분기부터 주요 제품에 소니오 솔루션을 번들 형태로 결합해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메디슨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연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며 성장 궤도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액 2965억원, 영업이익 50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올해는 사상 첫 영업이익 1000억원 돌파 등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이 유력하다. 하반기 프리미엄 산부인과 초음파 진단기기 출시와 신규 진출국 확대를 위한 법인설립 등 거점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도 HW가 상향평준화되면서 AI 등 SW가 새로운 차별화, 경쟁요소로 떠올랐다”면서 “삼성메디슨은 자체 확보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삼성전자 AI DNA와 결합하는 동시에 인수한 소니오 기술력까지 합쳐 AI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