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염으로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 빙하가 녹아내린 곳에서 1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군인 유해가 발견됐다.
21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알프스 산맥 마르몰라다 해발 2700m 지점에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것으로 추측되는 이탈리아 군인 2명의 유해가 발견됐다.
시신은 스키 슬로프 방수포 옆에 있었다. 케이블카를 점검하던 기술자가 작업 중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해 알려졌다. 당초 시신은 한 구만 확인됐지만, 수습 과정에서 두 구의 유해라는 것이 확인됐다.
발굴 작업을 총괄한 리카디 맨프레디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이탈리아 군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 구의 시신을 발견했다”며 “두 군인은 정찰을 하던 중 오스트리아-헝가리 군의 매복 공격을 받아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시신에서는 군번줄과 1915년~1918년 산악전에 참전한 코모 여단을 상징하는 흰색-파란색 휘장이 발견됐다. 다만 이름 등 구체적 신원은 아직 특정하지 못해 전사한 군인의 수색과 배치를 담당하는 국방부 산하 조직으로 인계됐다.
유해가 발견된 지역은 원래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곡괭이같이 생긴 얼음 도끼와 아이젠으로 중무장한 상태로 가야하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이상 기후로 날씨가 더워지면서 두꺼운 얼음 이불이 모두 녹아 100년 만에 유해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사용된 폭발물들도 얼음 밖으로 나오면서 산사태 위험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폭발물은 2021년 340개, 2022년 785개, 2023년 1039개로 점점 늘고 있다. 가장 최근엔 1차 대전 당시 사용된 포탄 50여 개가 한꺼번에 발견돼 폭탄 처리 전문가들이 출동하기도 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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