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조길원 화학공학과 교수와 이시영 박사 연구팀이 울산대 나노에너지화학과 이승구 교수, 광운대 화학공학과 이기원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불소 탄성체를 사용한 도미노 구조로 고효율 '마찰 전기 나노 발전기(TENG)'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마찰 전기는 두 물체가 접촉하고 분리될 때 전자가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전기 현상이다. TENG은 사람의 움직임, 바람, 진동 등 일상생활 속 다양한 기계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다.
발전 소자의 크기가 아주 작고, 유연한 소재로 제작이 가능해 전자 피부와 헬스케어, 환경 모니터링 등 분야에서 차세대 휴대용 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변환 효율과 접촉 면적, 변형성 등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미노' 원리에 주목했다. 도미노가 작은 힘으로도 쓰러지는 것처럼, 연구팀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미세한 힘이나 압력에 의해 쉽게 변형가능한 마이크로 규모의 도미노 구조를 TENG에 접목했다.
또, 실리콘 탄성체와 불소가 포함된 고분자 탄성체를 혼합하여 TENG 소자를 제작했다. 이 소자는 물에 닿았을 때 물방울이 표면에 달라붙지 않고 도미노 구조를 따라 쉽게 굴러가기 때문에 하나의 물방울로도 효율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오염 물질도 표면에 잘 붙지 않아 깨끗한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자가 세정 특성이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바람과 빗방울로부터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공 나뭇잎'과, 손목 흔들기와 손 씻기 등의 간단한 동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웨어러블 '손목 밴드'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제작된 TENG는 최대 약 1300V의 높은 전압 혹은 최대 9.8 W/m2의 출력 밀도로 마찰 전기를 생성, 뛰어난 에너지 변환 효율을 보였다.
조길원 교수는 “연구팀이 만든 TENG는 물이나 바람을 활용해 높은 효율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비바람이 잦은 지역에서 태양 전지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 기술을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하면 충전이 필요 없는 웨어러블 전자 기기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광운대학교 교내연구과제 등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판 앞표지(front cover) 논문으로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