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청량’과 ‘몽환·신비’는 그룹 오마이걸(Oh My Girl)을 대표하는 콘셉트다.
다만 오마이걸에게 지상파 음악방송 첫 1위의 영광을 안겨준 ‘BUNGEE(번지)’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살짝 설렜어’, ‘Dolphin(돌핀)’의 성공 이후로는 그 비중이 ‘몽환·신비’보다 ‘청순·청량’ 쪽으로 살짝 치우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몽환·신비’ 오마이걸을 보고 싶어 하는 팬심은 강력했고, 오마이걸 역시 이를 잊지 않고 있었다.
오마이걸의 열 번째 미니앨범 ‘Dreamy Resonance(드리미 레저넌스)’는 이들이 오랜만에 ‘몽환·신비’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앨범 제목부터가 ‘몽환적 공명’이니 오마이걸이 얼마나 작심하고 ‘몽환·신비’를 준비했는지 느껴진다.
이에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오마이걸 멤버들과 만나 ‘Dreamy Resonance’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일단 오마이걸 멤버들은 스스로도 ‘몽환적’ 콘셉트로 돌아온 것에 많은 기대를 지니고 있었다.
아린은 “오마이걸이 쉬는 동안 빨리 멤버들과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좋은 앨범으로 나올 수 있어서 설렌다”라고 소감을 말했고, 승희는 “조금 더 빨리 나오고 싶었는데, 기다려준 미라클(팬덤명)에게 고맙다. 이번 타이틀곡은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음악이어서 더 기대된다. 많이 사랑해달라”라고 말했다.
또 유아는 “팬이 많이 기다렸는데, 앨범을 낼 수 있어서 기쁘다. 몽환으로 다시 돌아와 기분 좋다. 피아노 선율이 너무 아름다운 곡이라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고 기대된다”라고 오랜만의 몽환 콘셉트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효정과 유빈, 미미도 “열심히 준비한 앨범으로 나와서 기분 좋다. 준비하면서도 설레고 즐거웠다. 이번 활동 건강하게 문제없이 활동하고 싶다”, “나도 같은 마음이다. 팬이 기다려준 만큼 빨리 활동하고 싶고 좋은 추억 만들고 싶다”, “이번 앨범은 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심혈을 기울였다. 발매됐을 때 반응도 기대되고 빨리 무대에서 즐기고 싶다”라고 각각 컴백 전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유아의 말처럼 이번 ‘Dreamy Resonance’의 타이틀곡 ‘Classified(클래시파이드)’는 오마이걸에게도 오랜만에 몽환으로 돌아온 곡이다. 이에 처음에는 약간의 고민이 있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유아는 “오랜만에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것을 하다 보니까 ‘우리가 ‘Closer(클로저)’때는 어떻게 했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번에는 어떤 마음으로 보여줘야 할까’ 그런 걸 고민을 많이 했다. 최종적으로는 ‘항상 네 옆에 있을게’라는 기분 좋은 메시지에 초점을 뒀다. 표정도 많이 연구하고, 멤버 모두 예쁜 외모를 어필하면서 잘 소화했다”라며 결과적으론 만족할 만한 무대가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효정도 “오마이걸의 곡 중에 여름 곡이 많이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저희에게는 밝은 곡이 많이 들어온다. 그런데 몽환도 우리 정체성인 것을 알고 있고, 미라클도 기대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엔 꼭 몽환적인 곡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모두가 놀랄 정도로 달라진 콘셉트라든가 곡은 아니라서 받아들이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Classified’는 콘셉트적으로는 ‘몽환’을 앞세웠다면 메시지적으로는 ‘위로’를 핵심 키워드로 삼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일제로 이날 인터뷰에서 오마이걸이 가장 많이 꺼낸 단어가 바로 ‘위로’다.
유빈은 “이번 앨범 콘셉트가 ‘오마이걸의 위로’다. 위로에 대한 스토리라인이 쭉 이어진다. 어렸을 때 대부분 애착하는 대상이 있지 않나. 그런 대상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것처럼, 우리가 그 위로를 주는 대상이 되고 싶었다. 또 그 상징물로 인형을 하고 싶었다. 어렸을 때 애착 인형에게 위로를 받았던 것을 음악으로써 청취자에게 보답하고 싶은 의미의 앨범이다. 그것을 섬세한 가사로 표현해 줘서 감사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빈은 “‘Classified’는 전체적인 퍼포먼스나 음악을 봤을 때 그림책 같은 곡이다. 곡이 주는 메시지와 스토리가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름다운 곡이라 딱 어느 한 부분을 킬포인트라고 꼽기보다 곡 전체가 킬포인트라고 생각한다”라고 ‘Classified’에 자신감을 보였다.
또 효정도 “처음 인트로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오마이걸스럽고 한번 들으면 계속 생각이 나는 곡이다. 그래서 사람들도 이 곡을 많이 듣고 싶어 할 것 같다”라고 덧붙여 유빈의 말에 동의했다.
직접 랩 파트의 가사를 쓰기도 한 미미는 “추억을 회상하고 점점 다가가는 내용이다. 약간 몽환적인 분위기도 살리면서 메시지도 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모두가 내용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처럼 ‘위로’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오마이걸 멤버들은 힘들고 고민이 있을 때 ‘Classified’가 곁에 두고 들으며 힘이 되는 음악이 되기를 기원했다.
효정은 “음악도 위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음악으로 위로드리고 싶다. 혼자인 시간을 갖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음악. 우리의 음악이 혼자 있는 분들, 고민을 이겨내야 하는 분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 우리를 애착 인형이라고 생각하고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이에 문득 고민도 없고, 힘든 것도 없을 때는 ‘Classified’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될지도 궁금했다.
효정은 “힘든 마음을 숨기고 있던 분들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 많은 분이 더위에 힘들었을 건데, ‘휴…’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사람마다 다 고민을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 노래를 듣고 조금이라도 입꼬리만 살짝 올라가도 위로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사실 이에 대한 더 명쾌한 답은 미미가 내려줬다. 미미는 “너무 행복해서 고민이 없으면 우리 커버 댄스를 추면서 행복을 만끽하면 된다!”라고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오마이걸이지만, 반대로 오마이걸 멤버들은 어디서 위로를 받는지도 궁금했다.
먼저 유아는 “나는 사람들인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이 좋다.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 먹으면서 대화하는 게 굉장히 기쁘다. 이런 걸로 에너지를 많이 얻는다. 그리고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멤버들에게 이런 에너지를 많이 느낀다. 지금 가장 큰 위로가 되는 것은 멤버들이다. 너무 고맙다”라고 멤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유빈은 “우리 팬이다. 단체 활동이 1년 만인데, 개인 활동할 때 은근히 고충이 많다. 그럴 때마다 소통하는 앱으로 팬과 대화한다. 그러면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그런 경험 덕분에 이번 앨범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더 열심히 준비한 것 같다”라고 팬의 존재가 항상 큰 의지가 됨을 밝혔다.
꼭 이번 앨범뿐만이 아니더라도 오마이걸과 팬이 그동안 서로 위로를 주기도, 위로가 되기도 하며 지내 온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경쟁이 치열한 K팝 신에서 9년이 넘는 시간을 이어오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유빈은 “사실 가족을 봐도 시간이 지나면 취향이나 성향이 바뀌지 않나. 멤버도 사회생활을 하고 여러 경험을 하면서 취향도 성향도 바뀐 부분이 있다. 함께 지낸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그런 걸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그렇게 서로에게 관심을 두고 애정을 쏟는 게 우리에겐 큰 추억이 됐다”며 “또 10년 차인데도 꾸준히 활동할 수 있게 응원해 준 미라클에게도 감사하다. 멤버끼리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이야기하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1년 동안 한결같이 곁에 있어준 멤버와 팬에 마음을 드러냈다.
또 내년 그룹 데뷔 10주년을 맞아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이벤트가 있는지 묻자 유빈은 “그 이야기는 꾸준히 하고 있다.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팬과 만나는 콘텐츠를 많이 제작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지만 최대한 다양하게 만나려고 한다”라고 예고해 기대감을 더했다.
대중적인 인지도나 인기는 물론이고, 방대한 디스코그래피와 여전한 활동력, 두꺼운 팬층, 수많은 히트곡 등 어느 면으로 보나 오마이걸은 손에 꼽히게 성공한 그룹이다.
이에 가장 단순하게 수식어를 붙이자면 ‘인기 그룹 오마이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역시 밋밋하다.
좀 더 오마이걸이라는 그룹을 잘 표현하는 수식어가 무엇이 있을지 묻자, 승희가 참으로 기가 막힌 답을 내놓았다.
승희는 “기쁨이다. 오마이걸은 기쁨이라고 불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승희의 말처럼 오마이걸은 이미 음악으로, 무대로, 또 누군가에게는 존재 자체로 기쁨이 되는 그룹임이 틀림없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