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딥페이크' 정부-사회 힘 합쳐 발본색원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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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불법 합성 음란물인 '딥페이크' 문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텔레그램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돼 왔고, 이 중 일부가 온라인에 유포되면서 피해자가 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27일과 28일 이틀간 실시한 '학교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에서 무려 2492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한다. 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초등학교와 유치원, 특수학교에서도 피해 신고가 있었다. 피해자는 교사와 학생, 교직원을 가리지 않았다. 딥페이크물로 인해 협박 피해를 받은 사례도 많았다.

사실 불법 합성 음란물은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정부와 사회의 대처가 미흡했다. 그러다 AI 기술이 발전하고, 디지털 환경이 진화하면서 딥페이크물 제작과 유포 속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게 됐다. 이제는 새로운 대처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딥페이크물 피해자 중 대부분이 중고등학교 학생인 것을 감안하면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딥페이크물을 제작한 가해자는 반드시 처벌받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온상이 된 텔레그램과도 적극 공조해 가해자를 잡아내고, 결국 벌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당정이 딥페이크 성범죄 발생을 막기 위해 허위영상물 처벌 기준을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확대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딥페이크를 막기 위한 다양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

딥페이크 가해자 중 상당수가 청소년인 만큼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14세 미만) 연령 조정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피해자 보호도 중요하다. 피해 신고센터를 가동해 피해 발생시 신속하게 지원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피해자 보호 대책은 물론이고, 딥페이크물이 더 이상 유포되지 않고 온라인에서 삭제되도록 하는 지원도 필요하다.

정부가 딥페이크 성 착취물 관련해 국무조정실에 종합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다. 피해신고 접수부터 피해자 지원, 가해자 수사와 처벌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한 만큼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공동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회와 학교의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죄의식 없이 딥페이크물을 만들지 못하도록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과 디지털교육, 법교육 등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딥페이크물을 뿌리뽑을 확실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