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입틀막' 이젠 못참아”… 아프간 여성들, SNS서 저항 운동

온몸 가린 채 노래하는 아프간 여성. 사진=엑스 캡처
온몸 가린 채 노래하는 아프간 여성. 사진=엑스 캡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극단주의 무장 조직 탈레반이 최근 발표한 '도덕법'에 저항해 SNS 시위에 나서고 있다고 AFP 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탈레반 정부가 최근 공개한 35개 조항의 도덕법에 따르면, 여성은 집 밖에서 신체를 완전히 가려야 하며 공공장소에서는 목소리도 내서는 안 된다. 노래 부르기나 시 낭송도 금지된다.

이에 아프간 국내외에 거주하는 아프간 여성들은 저항의 표시로 “내 목소리는 금지된 게 아니다”, “탈레반은 안 된다”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이 노래하는 영상을 SNS에 올리고 있다.

아프간 내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한 영상에서는 한 여성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베일을 뒤집어쓴 채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 여성은 노래를 통해 “당신은 내 목소리를 침묵시켰다. 당신은 여성이라는 죄로 나를 집에 가두었다”고 항의했다.

타이바 술라이마니라는 젊은 여성은 거울 앞에서 자신의 베일을 조정하며 “여성의 목소리는 숨겨야 할 게 아닌 자신의 정체성이다”고 노래한다. 그는 “나는 자유의 찬가를 부를 것”이라는 글도 영상과 함께 남겼다.

국제사회도 이들과 연대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미국에 망명한 이란 언론인이자 여성 운동가인 마시 알리네자드는 “아프간 자매들”과 연대한다며 그 역시 노래 부르는 영상을 올렸다. 알리네자드는 “우리와 함께 노래하고, 우리와 함께 외치며 21세기에 벌어지는 성차별에 맞서 싸우자”고 촉구했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재집권한 뒤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해석해 여성 교육 제한 등 여러 제한 조치를 이미 비공식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도덕법은 이러한 제한 조치들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방은 여성 인권을 심각하게 탄압하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탈레반은 서방이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비난하는 건 오만이라고 반박했다.

함둘라 피트라트 탈레반 정부 부대변인도 AFP에 공유한 음성 메시지에서 “이 규칙을 적용할 때 물리력이나 억압은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들의 이해를 호소하고 그들을 안내하면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