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전년 대비 10% 이상 늘렸다. 국내 제약바이오 R&D가 매년 늘고 신약 파이프라인도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글로벌 제약사들의 R&D 투자는 이보다 몇십배는 많아 글로벌 격차는 여전했다.
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바이오기업 3곳(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과 제약 톱5(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의 상반기 R&D 투자비용이 연결기준 9320억원으로 전년동기 8140억원 대비 14.4% 증가했다.
상반기 국내에서 R&D에 가장 많이 투자한 기업은 셀트리온으로, 2067억원을 투자했다. 작년 상반기 1505억원보다 37.3% 늘었다. 셀트리온은 오는 2025년까지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을 총 11개, 2030년까지 총 22개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전략으로 R&D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유한양행, 대웅제약도 R&D에 상반기 1000억원 이상 투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770억원으로 전년동기 1472억원 대비 20.2% 늘었다. 유한양행은 처음으로 상반기에 1000억원을 넘긴 1048억원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1188억원으로 전년동기 1004억원보다 18.3% 늘었다. 한미약품은 1000억원에 근접한 98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4% 증가했다. SK바이오팜도 792억원으로 전년 동기 600억원보다 32% 증가했다.
반면 제약사 톱5 중 녹십자와 종근당은 R&D 투자가 줄었다. 녹십자는 지난해 상반기 1062억원을 투자했으나 올해는 801억원에 그쳐 24.6% 감소했다. 종근당도 지난해 상반기 730억원이었으나 올해는 674억원으로 7.7% 줄었다.
이외에도 R&D가 늘어난 제약사는 보령 283억원(전년동기대비 25.2%), HK이노엔 399억원(13.0%)이 있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R&D 투자가 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글로벌 빅파마 R&D 투자와 큰 격차는 여전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1위 제약사 MSD는 R&D에 한 해 동안 305억 달러(한화 약 40조원)를 사용했다. 전체 매출액의 50.8%로 절반이 넘는다. 그 뒤로 존슨앤존슨(J&J) 151억 달러(약 20조원), 로슈 150억 달러(약 19조8000억원), 노바티스 114억 달러(약 15조원), 아스트라제네카 110억 달러(약 14조5000억원), 일라이릴리 93억1000만달러(12조4000억원)를 각각 투자했다.
화이자와 BMS는 전년 대비 R&D 투자가 감소했지만, 각각 106억7000만달러(14조2400억원), 92억9000만달러(12조4000억원)로 10조원대를 유지했다.
파이프라인 수도 엄청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89개의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로슈 149개, 화이자 113개, 노바티스 105개, J&J 101개, MSD 100개, 애브비 93개, 사노피 78개, BMS 77개, 일라이 릴리 69개 등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창업 15년이 안 되는데 세계적 기업들과 어깨를 겨누는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성과가 대단하다”면서 “선진국에 비하면 차이가 크지만 그동안 정부와 기업의 과감한 R&D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좋은 성과를 내줬지만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비용, 경험,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가 이에 맞는 제도적 보완을 해줘야 한다”면서 “인수합병(M&A) 활성화 규제지원, 세제혜택 등 과감한 규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