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 막 오른 22대 첫 정기국회

22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국민 기대 속에 출범한 22대 국회는 저출산·고령화, 지방소멸, 기후위기, 미래 먹거리 발굴 등 향후 수년내 당면할 위기를 제 때에 제대로 해결하라는 국민적 사명을 받았다. 이들 현안은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이슈들이다. 골든타임이 5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30일 개원 이후 임시국회에서 보여 준 22대 국회의 모습은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받을 만큼 극한 대립의 시간이었다. 특검과 탄핵, 청문회 등으로 여야 갈등이 극으로 치닫았고,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국회 재표결과 법안 폐기란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정치 자체를 진절머리 나게 했다.

사실상 여야 합의로 인한 법 제정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8월 임시국회 막판에 전세사기특별법, 간호법 등 28개 민생법안이 긴급 처리됐다. 성과없는 쳇바퀴 정국이란 비판과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지자, 여야가 협치를 선택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이 통과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이 통과되고 있다.

100일 간의 정기국회를 앞두고 모처럼 협치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다행스럽다. 여기에 여야 당 대표가 회담에 나서면서 당분간 이같은 분위기는 어느 정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소한 추석 민심 선점을 위해서라도 '일하는 국회' 모습을 보이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열린 연찬회와 워크숍에서도 여야 모두 '민생'와 '미래'를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현안에서만큼은 '협치'의 저변이 넓어져야 한다. 세계 주요국들은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첨단기술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관련 법·제도의 정비에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있다. 가용예산을 총동원해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

첨단 기술의 골든타임은 점차 짧아지고 있다. 인공기능(AI),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의 경우, 전문가들은 앞으로 2년 정도를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체급을 갖출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상당히 촉박한 시간이다. 법안과 제도의 정비가 늦어지면 그만큼 우리 산업계가 기술패권 전쟁에서 도태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도 장기화 되고 있다. 기업의 활력을 높이는데 주력할 때다. 하지만 '기업 때리기' 중심의 각종 규제 법안들이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관련 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업계는 오히려 무분별한 소송이 증가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할 수 있다고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세법 개정안도 애초 예상했던 법인세율 인하와 연구개발(R&D)·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이 제외되면서 산업계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해 세액공제해주는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처리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면 해법은 보인다. 보이는 해법을 외면하고 이념적 정쟁의 틀에 가둬선 안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로 여야가 소모적인 정쟁을 할 시간이 없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치밀한 협치만을 쫓아야 한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