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연구개발(R&D)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기후변화 위기나 코로나 팬데믹 등, 초국가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차원의 국가 간 과학기술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핵심 전략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글로벌 R&D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전후 척박한 환경과 부족한 자원 속에서도 눈부신 경제발전을 통해 명실상부한 경제 강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산업계, 학계, 정부 출연 연구소 등, 연구자들의 헌신으로 인한 과학기술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요 과학기술 선도국들과 언어적,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고, 지리적으로도 가깝지 않아, 소통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잘하는 연구자들끼리 협력해 더 좋은 연구를 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왔다. 독학만으로는 과학기술 선도국들과의 격차를 좁힐 수도 없고, 세계 무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기는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우리 과학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선, 그간의 나 홀로 연구 위주에서 벗어나 개방형 연구로 나아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 과학기술은 이미 세계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문화적, 경제적 측면에서의 국격상승에 못지않게, 연구자들의 부단한 노력은 우리 과학기술의 역량과 위상을 세계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덕분에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와의 협력에 대해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하고 있다. 우리도 빠르게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확보해야만 하는 과학기술 분야가 있다. 글로벌 R&D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는 그야말로 적기라고 할 수 있는 이유다.
이에 발맞춰 최근 정부도 글로벌 R&D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다. 글로벌 R&D에 대한 투자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글로벌 R&D 특별위원회'가 과학기술자문회의 내에 신설돼 과학기술 국제협력을 위한 제도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R&D 특별위원회는 지난해 설립돼 올해 초 활동을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혁신본부장을 위원장으로 글로벌 R&D의 정책과 투자전략을 심의하고 조정한다.
글로벌 R&D 정책·사업의 종합·조정, 글로벌 R&D 전략 고도화, 체계적인 사업 운영·관리 등에 대한 범부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이미 해외 연구기관이 정부 R&D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관련법이 개정됐고, 연구 현장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국제공동연구 시 지식재산권 분배 기준, 연구비 사용 기준 등이 포함된 국제공동연구개발 매뉴얼도 연구현장에 배포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유럽연합(EU) 최대 연구개발 지원사업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에 우리나라가 준회원국으로 가입하는 협상도 타결, 연구 현장에서도 더욱 활발한 국제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온 우리 연구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 과학기술은 세계의 과학기술 강국들과 함께 연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는 글로벌 R&D를 통해 대한민국 과학기술이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도록 과학기술계, 정부를 비롯한 모두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황윤일 CJ아메리카 대표 yunil.hwang@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