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ARPA-H 프로젝트가 국가 보건의료 난제 해소 성공 모델을 제시한다. 난치성 질환, 초고령사회, 지역의료 불균형 등 그동안 해결이 어려웠던 국가 과제를 IT 혁신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추진단은 최근 5개 주요 과제에 대한 1차 프로젝트매니저(PM) 선정 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미국의 ARPA-H형 방법론을 모델로 삼아 기획, 선정, 평가, 관리를 진행키로 한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미국의 보건의료 분야 도전·혁신형 연구개발 체계인 'ARPA-H'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해 우리나라 보건의료 분야 난제 해결을 위해 시작하는 국가 과제다. 2032년까지 1조1628억원을 투입해 △백신 및 감염병 치료제 개발을 중심으로 한 보건안보 확립 △암, 치매 등 미정복 질환 극복 △바이오헬스 초격차 기술 확보 △초고령 사회 대응 복지·돌봄서비스 개선 △지역완결형 필수 의료 혁신 기술 확보 등 5개 과제를 중점 추진한다.
특히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위한 학습과정으로 인식,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집중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IT 혁신 모델을 도입해 새로운 접근법과 해결방안을 제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구현한다.
성창모 PM센터장은 “우리의 강점인 IT를 활용한 융합 연구로 디지털헬스케어, AI 기반 진단, 맞춤형 치료 등 미래 지향적인 연구 분야에 집중하겠다”면서 “혁신적인 의료 기술 개발로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 패러다임을 바꾸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추진단이 IT 혁신모델 접목을 핵심전략으로 내세운 것은 그동안 연구개발 접근법과 실행방안이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암과 치매 등 난치질환은 물론 신종 감염병 치료제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갈수록 혁신 신약 개발은 어려워지고 있다. 초고령 사회의 노인 케어, 지역의료 격차 등 문제도 설비 투자 중심으로 예산을 투입할 뿐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신약후보물질 발굴, 임상시험 설계 등 신약 개발 과정과 노인, 도서지역 환자 대상 원격 진료·모니터링 서비스, AI 기반 진단 보조 시스템 등 IT를 접목할 경우 다양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성 센터장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바이오헬스 분야를 주도하기 위해선 IT 기반 디지털헬스케어 초격차 기술 확보가 필수”라며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임상시험, 양자기술과 바이오의 결합 등 혁신 IT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추진단은 IT가 가진 혁신성을 프로젝트에 접목하는 만큼 규제개선 등 상용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특허기술진흥원과 손잡고 우수 연구결과물에 대한 지식재산권(IP)을 우선 확보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 당국과 면밀히 협업해 혁신 기술 상용화 기반도 마련한다. 동시에 생성형AI 기반 제안요청서 모니터링 시스템, 과제 운영 관리 시스템 등 프로젝트 기획·심사·운영 등 전 영역에 걸쳐 DX 모델을 접목, 운영 효율성까지 높일 계획이다.
성 센터장은 “이번 프로젝트 성패는 실패를 숨기기보다는 고백을 통해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라며 “프로젝트 전 영역에 걸쳐 이전 과제와는 다른 접근법을 적용해 보건의료 난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