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을 준다고 해도 중요 결정권이 없는데 어느 누가 그 자리에 가려고 하겠습니까.”
한 IT 대기업 관계자가 고액 연봉의 'IT 공무원'을 채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공직사회의 현 체계와 조직 문화 등으로는 외부 인재 영입은 앞으로도 요원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
실제 행정안전부 소속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은 올해 상반기 연봉 상한이 없는 '가급 전문임기제' 채용을 추진했지만 적격 지원자가 없어 불발됐다. 계약직인 데다, 구조진단 직무에 국한됐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애초 정부는 경력 있는 고액 연봉의 IT 공무원을 채용해서 지난해 말 발생한 '행정망 셧다운'을 방지하거나 피해 최소화를 기대했지만 외면받고 있다.
IT 업계에선 공무원이 돼도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 수직적 조직체계와 철밥통을 지키려는 공무원 문화에서 어떤 변화를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행정망 셧다운 방지와 피해 최소화는 거버넌스 개편이 중요하다. 기관별로 분산된 행정 정보시스템을 관리·감독할 '컨트롤타워'를 설립하고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여기에 영입한 IT 인재가 공직사회의 입김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면 IT 공무원 제도로 인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컨트롤타워가 중장기적 통합 정보화 전략을 추진한다면 고도화되는 정보시스템 간에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행정망 안정성 제고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직 사회의 IT 인재 영입은 전문성을 인정하고 이에 걸맞는 권한을 줄 때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냥 보여주기식 전문가 채용이라면 혈세 낭비라는 잘못된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것이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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