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구 어디든 도달할 수 있다”고 자부한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 '9M370 부레베스트닉'(이하 부레베스트닉)의 발사 추정지가 확인됐다.
2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구원 2명은 상업위성회사인 플래닛 잡스가 찍은 지난 7월 26일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475km 떨어진 지점에서 부레베스트닉의 발사장으로 추정되는 시설을 구축하는 공사 현장을 포착했다.
발사장은 '볼로그다-20'(Vologda-20), '쳅사라'(Chebsara) 등으로 불리는 핵탄두 저장 시설과 인접한 곳에 세워졌다.
미국 싱크탱크 CAN 소속 데커 에블리스 분석가는 위성 이미지에서 건설하고 있는 수평 발사대 9개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발사대는 외부 공격이나 내부에서의 예기치 않은 폭발이 다른 미사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각각 높은 둑 안에 3개 그룹으로 배치됐다고 덧붙였다.
이 둔덕은 미사일과 미사일 부품들을 정비하는 곳으로 추정되는 건물 및 5개의 핵탄두 저장고가 수용돼 있는 시설과도 도로를 통해 연결돼 있다.
에블리스 분석가는 “이 시설은 대형 고정 미사일 시스템을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가 현재 개발 중인 유일한 대형 고정 미사일 시스템은 '스카이폴'(Skyfall) 뿐이라고 설명했다. 스카이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부레베스트닉을 부르는 또다른 이름이다.
부레베스트닉은 지난 2018년 3월 처음 공개됐다. 푸틴 대통령은 6가지 새로운 러시아 전략 무기 중 하나로 이 미사일을 공개하면서 “저공 비행이 가능하고, 사거리가 거의 무제한, 비행 경로를 예측할 수 없고, 현재와 미래의 방어 수단에 '무적'”이라며 “지구 어디든지 도달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확한 기술 및 성능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저공 비행으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으로 서방 측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실전 배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다수였다. 2016년 이래로 이뤄진 최소 13번의 시험에서 단 2번만 성공하는 등 결점을 자주 드러냈으며, 사정거리가 예상보다 짧고 속도가 음속보다 빨라 방공 시스템으로 탐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또한 미사일에 탑재된 소형 원자로를 통해 동력을 얻는 방식이라 방사능을 뿜어내 오히려 적국이 아닌 러시아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를 지낸 토머스 컨트리먼은 이 미사일을 '날아다니는 체르노빌'로 부르면서 “독특하게 멍청한 무기 시스템이다. 다른 나라보다 러시아에 오히려 더 큰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 핵 전력 전문가 파벨 포드비그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재선 전 미사일을 공개한 일을 언급하면서, 이 미사일을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