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PCB) 시장의 재도약이 시작됐다.”
작년 한해 PCB 시장은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혹한기를 보냈다. PCB 전방 산업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수요가 대폭 줄어든 탓이다. PCB는 정보기술(IT) 기기 뿐만 아니라 반도체 패키지의 핵심 부품인데, 반도체 업황 악화가 PCB 시장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축적된 PCB 재고는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세계 PCB 시장은 유례 없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PCB 시장 규모는 755억달러로 전년 대비 약 15.3% 줄었다. 국내도 상황이 다르진 않았다. 우리나라 PCB 시장은 2023년 약 11조484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년 대비 14.9% 줄어든 규모다.
그러나 올해부터 시장 반등의 신호가 곳곳에 감지된다. 우선 반도체 시장의 회복이 주효하다. 반도체는 PCB 시장의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이다. 인공지능(AI)이 확산되면서 이를 구현할 AI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고 동시에 첨단 PCB 시장 중심으로 활기를 찾고 있다. 자동차 역시 전동화 및 전장화로 보다 많은 PCB가 필요해졌다. 향후 5세대(5G) 이동통신을 넘어 6G 시대를 대비한 차세대 PCB 시장 역시 기술 개발이 한창이라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러 성장 동력에 힘입어 올해 국내 PCB 시장은 15조2303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부터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 주최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국제 PCB 및 반도체패키징 산업전(KPCA쇼 2024)'은 이같은 PCB 산업의 재도약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PCB 및 반도체 패키징 시장 활기를 되찾기 위한 산업계 기술 개발 현황과 성과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미래 PCB·반도체 패키징 시장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노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차세대 PCB·반도체 패키징 기술로 무장한 우리 기업들이 총출동해 주목된다. 반도체 기판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 차세대 기판 연구개발(R&D)·투자를 본격화하는 LG이노텍과 삼성전기를 필두로 심텍·대덕전자·코리아써키트 등 다양한 기판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을 점검할 수 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에서도 PCB·반도체 패키징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AI를 비롯한 고성능컴퓨팅(HPC)용 반도체가 급부상하면서 기판 역시 기술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고성능·저전력을 구현할 신소재 적용 등이 시급해져서다. 현장에서는 도금 및 실장 처리 신소재와 각종 기판 성능을 높일 미래 소재를 만날 수 있다.
PCB 등 기판이 점점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탈바꿈하면서 제조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도 업계 과제가 됐다. KPCA쇼 2024는 이를 위한 장비 업체의 대응 전략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특히 기판 가공 및 패키징 공정 주요 기술로 떠오른 레이저 전문 기업들의 행보가 눈여겨진다. 행사에서는 이오테크닉스·프로텍 등 업체가 참가했다. 펨트론 등 패키징 수율을 좌우할 정밀 검사 기술 기업도 기술력을 소개할 예정이다.
부대행사도 다채롭다. 행사 기간 동안 진행되는 '국제심포지엄'은 PCB 및 반도체 패키징 기술 전문가들의 통찰력을 공유하는 자리다. SK하이닉스·삼성전기·LG이노텍·대덕전자·비에이치 등 국내 기업 뿐 아니라 인텔·스태츠칩팩·LPKF 등 해외 관련 기업 현업 전문가들이 기판 및 패키징 기술 동향과 미래 전략을 소개한다.
참가 주요 기업들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신제품·신기술 발표'도 개최된다. 전시장 내부에 '세계일류상품소개관'과 '자랑스런 PCB 및 반도체 패키징 산업인상 소개관'도 운영된다.
첫날 개막식과 환영 리셉션에서는 산업계·정부·해외 관련 산업협회 주요 인사들이 참여,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리도 마련됐다. 올해는 중국(CPCA)·홍콩(HKPCA)·대만(TPCA)·태국(THPCA)·일본(JPCA)의 해외 PCB·반도체 패키징 협회 주요 인사도 참여한다.
올해 KPCA쇼 2024에 참가하는 업체는 15개국 242개 업체다. 특히 105개의 해외 업체가 찾아 글로벌 PCB·반도체 패키징 전문 전시회로서 위상을 다졌다. 사전등록 수는 9560명으로 예상 관람객은 1만2000여명이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시돈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장은 “최근 미국, 중국, 대만, 일본 등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벨류체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 기판·패키징 등에 대한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며 “PCB 및 반도체 패키징 업계의 발전을 위한 소통과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번 KPCA쇼가 우리 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