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분야에서 초미세 공정 기술에 막혀 인고의 시간을 맞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MX 사업부는 내년 초 출시 예정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5'에 퀄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전량 적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S25에는 퀄컴 AP와 삼성 DS 사업부가 만든 '엑시노스 2500' AP가 혼용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퀄컴 쪽으로 추가 기운 것이다.
이유는 AP 수율 문제로 전해졌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미터(㎚) 2세대 공정 수율이 낮아 내년 초 출시하는 갤럭시S25 시리즈에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수율은 양품의 생산 비율이다. 양품이 많을수록, 즉 불량이 적을 수록 생산성 높은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엑시노스 2500은 삼성 파운드리에서 3나노 2세대 GAA 공정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GAA는 트랜지스터 핵심 구성요소인 채널 4개 면을 게이트가 둘러싼 것으로, 기존 핀펫(FinFET) 대비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를 구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삼성은 이 GAA를 반도체 업계 최초로 3나노 공정에 도입했다.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컴퓨팅(HPC)용 시스템 반도체를 3나노 GAA 공정으로 생산하기도 했다.
파운드리 1위 TSMC보다 빠른 행보였다. TSMC는 GAA를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 2나노 공정에 도입할 계획이었다.
삼성은 3나노 GAA 공정을 2세대로 발전시켰다. 2세대는 1세대 공정과 비교해 로직 면적이 21% 작아지고 성능과 전력 효율이 각각 22%, 34% 향상됐다.
그러나 수율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기술 도입은 빨랐지만 이를 '안정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삼성은 그동안 자체적으로 AP 설계와 제조를 병행하면서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왔다. 설계 능력도 키우고, 파운드리도 성장시키는 시너지를 도모했다.
그러나 최근 삼성은 첨단 공정 도입에도 불구하고 설계(LSI)와 제조(파운드리)가 성과를 도출하는데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엑시노스 2200'이 탑재된 갤럭시 S22가 성능저하·발열 문제를 겪자 후속작이었던 '엑시노스 2300' 양산을 취소한 뒤 갤럭시 S23에 퀄컴 AP를 탑재했다. S25에서도 또 다시 이같은 문제가 재연될 우려를 맞고 있다.
3나노 GAA와 같은 첨단 반도체 공정은 처음 시도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용화가 어려울 수 밖에 없지만 각 사업 부문간 보다 더 유기적인 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엑시노스가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야 스마트폰을 만드는 MX사업부도 퀄컴, 미디어텍 등과의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며 “최선단 공정 수율 개선이 시급한 만큼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간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25 시리즈는 아직 출시까지 상당 기간이 남은 제품으로, 적용 AP도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