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명동에 중국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변칙 QR영업이 사회적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다.
서울 중구 명동, 영등포구 대림동 등지에서 알리페이·위쳇페이 QR 결제를 변칙으로 정산해 주고 수수료를 떼어 가는 브로커가 대거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신속한 정산금 지급과 다양한 프로모션을 가맹점에 약속하고 중국 본토 QR 플랫폼을 부착한다. 국내 계좌가 아닌 중국 계좌를 개설하게 한 후 모든 정산 자금을 브로커가 선대납한 후 자체 정산하는 구조다. 높은 수수료를 뗀 후 위안화로 가맹점주에게 정산해 준다.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자금을 그대로 중국 계좌로 유입시키기 때문이다. 사실상 환치기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는 이 같은 편법 QR 결제 행위가 있는지 파악조차 못했다.
그런데 최근 이와 유사한 변칙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 대상이다.
선불업자 라이선스 없이 무허가 사업자가 외국인 대상으로 선불충전카드에 교통카드와 제휴 할인 결제 등 기능을 담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별도 본인인증, 환전 절차 없이 외국인도 국내에서 카드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미등록 선불사업자는 외국인들이 충전한 자금을 별도 분리해 관리를 해야하는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말그대로 선불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미등록 사업자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제 2의 티메프 사고가 될 개연성도 있다. 무허가 사업자가 충전금을 유용하거나 해외로 빼돌릴 경우, 이를 막을 장치가 전무하다. 이들을 관리할 법이 없으니 이미 까다로윤 요건을 충족해 사업을 하고 있는 정식 선불업자만 역차별을 받는 꼴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77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선불로 충전하는 금액만 연 기준 1조원, 월 거래액은 수백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이 충전한 자금에 문제가 생길경우, 한국 관광산업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직 큰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해서 사각지대를 방치하면 안된다. 정부는 우선 무허가 선불충전 사업자들의 영업 실태와 이들을 규제할 수 있는 전금법 개정안에 담을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
선불사업자 라이선스 없이 화이트라벨링을 통해 사업을 하는것이 불법인지 여부부터 명문화 해야 한다. 또 이번 사각지대를 계기로 비금융 선불충전사업자들의 고객 충전금 관리방안도 함께 규정해야 할 것이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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