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디자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맥킨지는 생성형 AI가 제품 연구·디자인 분야에만 600억달러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낼 것이라 전망했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미드저니, 달리 등과 같은 생성형 AI는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해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이에 대기업들은 AI 디자인 솔루션에 적극 투자 중이다. LG그룹은 초거대 AI 모델인 '엑사원'을 개발하고 신제품 디자인에 활용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제품 디자인에 AI를 도입하기 위해 미국에 디자인 실험실을 열었다.
우려되는 점도 있다. 'AI 디바이드'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많은 전문가들이 AI 활용 여부에 따라 격차가 심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디자인계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디자인 분야의 신기술 활용률은 약 5%에 불과하며, 이는 다수의 중소기업이 AI 디자인 활용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암시한다.
또 현재 생성형 AI 서비스는 해외 기업을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다. 7월 개최된 'AI 디자인 현장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해외 AI 서비스에 의존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한국에 맞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자이너의 역할 재정립도 문제다. 디자이너 출신인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는 “디자이너가 AI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세상은 디자이너 없는 AI를 받아들일 것”이라 경고했다. AI 시대에 적합한 교육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갈 곳 잃은 디자이너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AI를 디자인 산업의 혁신 도구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하는 과제는 데이터 구축, 전문가 양성 및 교육, 시장 활성화 등이다. 이에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7월 초에 발표한 'AI 디자인 확산 전략'에 맞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500만건의 디자인 데이터를 수집·구축할 계획이다. 시장 트렌드 분석, 디자인 유사성 검색, 디자인에 특화된 대화형 검색 등 디자이너를 지원하는 AI 디자인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국내외 디자인 데이터 전문기업, 휴먼데이터 보유기관 등과 협력해 K디자인 빅데이터 허브를 만들고자 한다.
또 AI 디자인 전문 인력 배출을 위한 교육을 추진한다. AI 디자인 트렌드, AI 툴 활용 등 디자이너의 AI 리터러시를 강화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디자인 데이터 분석가, AI 디자인 관리자 등 신규 직군의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이 디자인·AI 융합 전공 과정을 개설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AI 디자인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업간 협업 프로젝트 지원에도 나선다. 제조기업 등 수요기업이 디자인전문기업의 도움을 받아 신제품 디자인을 설계할 때 기업 간 협업 과정에 AI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 및 신제품 개발 비용 등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기업이 AI 디자인 활용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전문 디자이너 채용 및 인건비 보조도 함께 추진한다.
디자인계의 AI 확산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으며 앞으로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여부가 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디자인 산업이 AI를 성장의 양분으로 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윤상흠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syoon@kid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