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건설로 수몰됐던 그리스의 한 마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몇 달간 이어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마을이 수십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3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그리스는 수도 아테네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난 1970년대 수도 서쪽 약 200km 떨어진 지점에 모르노스 댐을 건설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마을을 떠난 뒤, 댐이 건설되면서 칼리오 마을은 사람이 아닌 물로 가득찬 인공저수지로 변했다. 주민들은 떠났지만 더 이상 사람들이 쓰지 않는 건물들은 저수지 아래로 수몰됐다.
그러나 최근 몇 달간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마을이 일부가 물 밖으로 다시 드러난 것이다. 당시 칼리오 마을에 살다 댐 건설로 인해 고지대로 이주한 마을 주민 요르고스 이오시피디스(60)는 AFP 통신에 “장인이 살던 2층집의 1층 터가 보이고, 사촌의 집도 보인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올해 사상 가장 더운 6월과 7월을 기록했다. 국영 수도 운영사인 EYDAP는 이 떄문에 모르노스 댐의 수위가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주한 60명 공동체 대표인 아포스톨로스 제로디모스는 “악몽 같은 상황이다. 수위가 많이 떨어질수록 당시 잠겼던 건물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이번 겨울에 비가 오지 않으면 문제는 훨씬 더 악화될 것”이라고 했으며, 마을 부시장인 코스타스 쿠툼바스도 “올해 수위가 40m 떨어졌다. 1993년 이후 (이정도로 수위가 낮아진 것은) 처음 본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에 그리스 당국은 아테네 주변 지역이자 그리스 인구의 3분의 1이 거주하는 아티카 지역 주민들에게 물을 아껴 써달라고 당부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또한 “물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지금, 우리는 지금까지보다 더 체계적으로 수자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