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미국 증시의 매도 압력 속에 4일 국내 증시도 3%에 가까운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전반이 약세인 가운데 엔비디아의 성장성 약화 우려와 반독점 조사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오후 1시43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76.84포인트(2.88%) 2587.79에 거래되고 있다. 2600선을 내주고 급락해 개장한 코스피는 이날 외국인의 매도세 속에 하락 폭을 더욱 넓히며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5일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대 하락 폭을 보인 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급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밤 8월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PMI가 시장 예상치(47.5)를 밑도는 47.2를 기록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1개월 만의 최대 폭인 3.26% 하락한 1만7136.3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은 2.12%, 다우지수는 1.51% 각각 하락했다. 중소형 지수인 러셀200도 3.09% 하락했다.
특히 그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던 반도체 중심으로 투매가 두드러졌다. 전 거래일 대비 9.5% 급락한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종 전반이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75% 급락, S&P IT섹터는 4.4% 하락했다. 특히 미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장 마감 이후에도 2%에 가까운 하락세를 이어갔다.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 엔비디아 등 반도체 중심의 성장 기대감이 꺼지면서 위축된 투자 심리는 국내 증시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1시 43분 현재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총 6885억원어치를 순매도 중이다. 기관도 5517억원어치를 팔았다.
시장에서는 9월 한 달 간 증시에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제조업황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ISM 서비스업PMI, 고용보고서 등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각종 지표 발표가 속속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과 대선 불확실성도 변동성을 키우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우려와 미국 주식시장의 대형주 집중도 하락이 맞물리면서 반도체 수익률이 둔화했다”며 “문제 해결을 당장 기대하기보다는 당분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개장 직후보다 주가가 더 빠지고 있다. 오후 2시 현재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1만3400원(7.96%) 하락한 15만4900원에 거래 중이다.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3.31% 빠진 7만100원을 기록하며 개장 당시 내줬던 7만원선을 간신히 되찾았다.
증권가에서도 반도체주에 대한 눈높이 조정에 들어갔다. 이날 DB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 대비 각각 5%, 10%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높았던 인공지능(AI) 기대감과 소비자향 IT 수요 부진으로 단기 주가 반등 모멘텀은 부재한 상황”이라면서도 “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MR-MUF) 기반 물량을 확보한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아 판단해 매수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