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57〉전기차와 리튬배터리 시대의 명암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4년판 리튬배터리 취급 지침 문서를 통해 2025년부터는 장비에 내장되거나 장비와 함께 포장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정격 용량의 30% 이하로 충전해 운송토록 권고하고, 2026년부터는 시간당 소비 전력량(Wh) 등급에 따라 일부 배터리는 30% 이하로 충전한 상태로 운송해야 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운송 중이던 배터리 때문에 화재가 발생해 추락한 항공기 사고 이후로 항공업계는 리튬배터리 운송 정책에 관해 고심을 거듭해 왔다.

얼마 전 인천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전손된 차량만 약 70대라고 한다. 차량 제조사는 자사의 차량을 1년간 무상 대여하고 주민 지원금을 전달하는 등 사태의 뒷수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주차 중인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했기에 사람들의 근심이 크다. 전기차 화재의 특징은 진화가 어렵고, 일단 발생하면 급속도로 화염이 확산된다는 데 있다.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자동차 화재가 발생한다면 연기와 열이 배출되기 힘든 구조 때문에 일반 화재보다 더 큰 피해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보고서(2024)도 지적하고 있다. 덩치 큰 소방차가 지하주차장에 진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화물선, 여객선에 실려 운송되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지상보다 대처가 쉽지 않다고 한다.

전기차는 그 구조상 배터리셀이 배터리팩이라는 밀폐 용기에 탑재돼 차량 하부 또는 지붕에 장착된다. 여기에 셀 불량, 관리시스템 오류 등 다양한 이유로 불이 붙게 되면 일반소화기로 진화가 어렵고 특수 소화포를 덮어 산소를 차단하더라도 쉽게 꺼지지 않는다. 배터리 내부 온도가 상승하고 전해질이 기화되어 내부 압력이 올라가는 과정에서 배터리에서 발생한 가연성 가스가 확산하면서 주변 배터리까지 불안정하게 되어 연쇄적으로 점화할 수 있는데 이것을 열폭주 현상이라고 한다.

2010년대 이후 리튬이온, 리튬메탈 배터리를 사용하는 기기가 많다. 승객이 항공기 캐빈에 가지고 탑승하는 보조배터리, 노트북, 스마트폰에도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간다.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등장한 킥보드, 전기자전거, 전기오토바이, 전기자동차 등도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계, 계산기, 카메라, 보청기 등에 많이 사용되는 리튬메탈 배터리 역시 열이나 충격에 민감한 편이다.

전기차가 갖는 또 다른 어려움은 무게다. 동일 디자인의 모델도 내연기관 차량보다 전기차의 공차중량이 수백kg이나 더 무겁다. 이러한 무게 때문에 기계식 주차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차량의 최대 무게를 넘어서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앞서 인용한 보고서도 기계식 주차장 등 차량 하중의 영향을 받는 인공구조물에 다수의 전기자동차가 주차할 시 붕괴 등이 동반되면서 대형화재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버린 전기차와 리튬계열 배터리가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데이터에 기반한 한 분석에 따르면 10만대당 화재 건수가 전기차는 25건, 하이브리드는 3475건, 가솔린은 1530건이라고 한다. 다만, 통계에 따라 3종간 비교 결과는 들쑥날쑥하므로 주의해서 봐야 한다. 또 하이브리드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생산자는 적극적인 안전 기술 개발로 대응하고, 소비자는 배터리 취급시 주의를 기울이는 방향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동차 안전에 에어백과 안전벨트가 크게 기여했듯이 전기차와 리튬배터리 시대에도 혁신적 안전 기술이 등장하기를 고대해 본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