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과학자들에게 세포 노화, 골다공증, 인지 및 감각 장애를 치료하는 '항노화'(안티에이징) 연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 시각) 영국 더 타임스는 크렘린 소식통을 인용해 그간 노화 방지 연구를 추진해 온 77세 미하일 코발추크 쿠로차토프핵연구소 소장이 최근 “영생에 미쳤다”면서 그가 푸틴 대통령의 영생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다고 보도했다.
그간 노화 방지에 관심을 보여온 푸틴 대통령이 이제는 '활동적인 장수'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 지시를 받은 코발추크 소장이 '노화 방지 기적의 치료법' 개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개발 제안서를 요구하는 복지부 서한이 러시아 독립 뉴스 매체 메두자와 시스테마에 의해 공개됐다. 지난 6월에 보낸 것으로 해당 지시를 받은 러시아 의학 연구자들이 충격에 빠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현재 71세인 푸틴 대통령은 내달 10월이면 72세가 된다.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수십만 명의 러시아 청년들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내져 죽고 있는 상황에서 노화에 대처할 치료법을 요청하는 지시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과 코발추크 소장 외에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74), FSB 보안국장 알렉산드르 보트니코프(72), 러시아 상원의장 발렌티나 마트비옌코(75) 등 노령의 정치인들이 해당 연구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들은 특히 이 과제를 '긴급히' 처리하라는 지시에 난색을 표했다. 한 연구원은 “그들(크렘린궁)은 우리에게 모든 과제를 빠르게 처리하라고 했다. 마치 서한이 오늘 도착했고, 마감 기한은 어제였던 식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건 처음 봤다. 보통 국가 프로젝트나 연방 프로그램은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여러 회의와 공개 토론 등이 선행된다”고 전했다.
그는 '불로장생' 연구 지시에 대해 “연구 지시의 전제 자체가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전쟁이 한창인데, 우리가 회복시켜야 하는 사람이 이 늙은 그루터기(노령의 러시아 정치인들) 외에는 없다”고 비판했다.
크렘린의 또다른 소식통은 “국가 프로젝트에서 논의되는 모든 연구들은 수많은 예산과 경비가 필요하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수십억 달러가 드는데, 지금은 단 하나의 국가 프로젝트도 감당할 수 없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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