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IT 인재 영입에 팔을 걷어붙였다. 디지털전환(DX)이 기업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인공지능(AI) 기반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는 물론 업무혁신까지 추진하는 게 목적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대웅제약, SK바이오팜,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하반기 일제히 IT 직군 채용에 나섰다. 유한양행 등 일부 기업은 IT 전문가 수요가 지속되면서 관련 직군을 연중 상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등 선제적인 인재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은 2024년도 신입사원 채용 전형에서 CTO 기반기술연구소 소속 인공지능기술, 생물정보기술 직군을 새로 뽑을 예정이다. LG그룹 AI 역량을 기반으로 LG화학이 보유한 신약개발 데이터·노하우를 녹여 혁신 신약개발을 담당할 인재다. 주요 업무는 생성 모형 기반 신약 후보 발굴, 자연어처리 모델 개발, AI 기반 엔지니어링 타깃 발굴 등이다.
대웅제약도 AI 신약개발을 앞당길 전문가를 채용 중이다. 올 초 자체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출시하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접목 중인데, 이를 수행할 인력 충원이 목적이다. 데이터분석 기반 예측 AI 모델 개발, AI 신약 발굴 연구, 신규 활성 화합물 제시 등이 주 업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데이터사이언스 직군을 채용한다. 지난달 인천 송도에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을 착공하는 등 본격적인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앞두고 데이터베이스 설계와 구축, 공정 예측 모델 개발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최근 CDMO 업계에도 개발, 제조 공정 과정에서 다양한 데이터가 나오는 만큼 이를 활용하기 위한 인력 채용이 이어진다”면서 “이번에 처음 채용하는 데이터사이언스는 사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 수집·저장·활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관리·운용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사 업무 혁신을 위한 DX 인력 채용도 이어지고 있다. SK바이오팜과 JW홀딩스는 전사 IT 기획, 전략, 운영·관리 등 IT 관련 전 직군을 채용 중이다. 모두 신규 IT 시스템 기획·도입, 사내 업무 시스템 개선 등 IT 기반 업무 혁신이 핵심이다. GC녹십자 역시 SAP HR 개발과 운영을 담당할 인력을 채용 중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전사 AI 기반 디지털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전문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AI 적용 과제 발굴,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 AI 프로젝트 성과관리 등이 주요 업무다. 유한양행은 아예 IT 직군을 상시 채용으로 전환해 꾸준히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IT 인재 채용에 열을 올리는 것은 신약개발, 생산·제조 등 핵심 영역에서 DX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신약개발 프로세스가 한계에 이르면서 AI를 활용한 후보물질 발굴, 임상 예측 등이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여기에 R&D, 마케팅, 경영지원, 제조 등 전 업무 영역에서 데이터 활용 요구가 커지면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데이터 접근·활용 시스템 등의 구축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IT 인력 수요가 늘면서 우수 인재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IT뿐 아니라 생물, 화학에 대한 지식도 필요해 갈수록 전문가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와 IT 모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비교적 인력풀이 풍부한 게임이나 포털 기업 출신을 채용해 내부 육성하는 방법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