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발언해 백악관이 선거 개입을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5일(현지 시각)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 토론에서 “우리가 선호하는 후보는 현 대통령인 (조) 바이든이었다. 하지만 그는 경선에서 하차했다”며 민주진영이 내세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풍부하고 전염성 있게 웃는다. 그가 잘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하면서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동시에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맞붙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대통령보다도 많은 제재를 러시아에 부과했다”며 “해리스가 '잘한다면' 그런 행동을 자제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은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가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 혐의로 미 정부 제재 대상에 오른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왔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 대선을 두고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기 전인 지난 2015년 12월, 트럼프를 '선두주자'라고 치켜세우며 “그는 의심할 여지없이 밝고 재능있는 사람. 뛰어나다”고 발언한 바 있다.
또한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 민주당 이메일이 해킹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됐다. 해당 이메일에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으로 일할 당시 재단 고액 기부자들에게 특혜를 줬을 지 모른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CNN은 그의 과거 행적을 감안하면 이번 발언이 그저 미국 정치판을 흔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의 웃는 모습에 대해 “경망스러운 여자. 깔깔대는 해리스”라고 표현한 것에 동의를 표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 발언에 미국 정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푸틴은 우리 선거에 대한 발언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그는 어느 쪽으로든 누구도 선호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지를 결정하는 유일한 사람은 미국 국민”이라면서 “푸틴이 (미) 대선에 대해 그만 이야기하고 간섭을 중단하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이 즉각 입장을 밝힌 것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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