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켓배송의 지속기간은 1~2년입니다. 새로운 수익 모델이 필요합니다.”
지난 2016년 한 증권사가 쿠팡에 내린 진단은 이랬다. 전국에 익일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를 깔고 대규모 고용을 추진하겠다는 쿠팡이 적자 상태일 때다. 그 때만 해도 누구도 쿠팡(7만여명)이 삼성전자(약 12만명)에 이은 국내 직고용 2위 기업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8년이 지난 지금 쿠팡은 한국에서 가장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나는 기업이 됐다. 전국 로켓배송 직매입과 직고용 사업모델로 해외에서 끌어들인 6조원을 국내에 쏟아부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물류센터 인프라를 구축한 결과다. 직고용 인력은 2017년 1만3400여명에서 6년 만에 5배 이상 늘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규모를 추월했다. 온라인 쇼핑 사업은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지 않다는 인식도 깼다.
최근 쿠팡은 2026년까지 3조원을 추가 투자, 경북·충북·부산·광주 등 9개 지역에 물류 인프라를 짓고 신규 직고용 인력 1만명을 뽑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제주도를 비롯해 강원도·전라도·경상도 등지에 촘촘하게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등을 구축해 지방 직고용을 늘린 상황에서 지방 투자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쿠팡이 저출산과 인구절벽 현상이 극심한 도서산간지역으로 쿠세권을 늘릴수록 수도권에서 더욱 먼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청년층의 서울·수도권 편중 현상이 가속화되고, 기업들의 지방 고용이 크게 늘지 않은 상황에서 돗보이는 대목이다. 취업이 어려운 20대 청년이나 경력단절여성은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4대 보험과 건강검진 혜택이 주어지는 지역 물류센터 일자리에서 무너질 위기에 처한 삶을 지탱하고 가정도 꾸릴 수 있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 효자 분야로 손꼽혀왔던 제조업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일자리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7월 미국 비영리단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로 발생한 미국 일자리 창출 기여도 1위는 한국(2만360개)이었다. 중국(1만8440만개), 일본(1만8192개), 인도(7305개)보다 많았다. 미국에서 해외 기업이 만든 일자리의 14%를 한국이 책임졌다.
국내에서 물류유통 일자리는 제조업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유통물류 분야인 운수·창고업 임금근로자 일자리는 4만3000개 늘었다. 반면 제조업 일자리 증가폭은 3만1000개로 운수창고업보다 적었다. 전자부품(-6000개), 반도체(-3000개) 등 일자리가 줄어든 탓이다. 온라인 배송 확대로 물류유통 일자리가 핵심 고용분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1~2년 안에 망한다는 쿠팡의 로켓배송 모델은 소비자에게 빠른 상품 배송 서비스로 출발했다. 이후에는 국내 고용시장을 안정화하고 지역 인구소멸과 청년 이탈을 줄이는 모델로 진화했다. 쿠팡의 지방 투자는 소비자 혜택 지역을 확대할수록 유통물류 일자리도 뻗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국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청년 수도권 편중 현상과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는데 있어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쿠팡의 지역 고용 창출이 더욱 확대되길 응원한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