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34건 쏟아져나왔다.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윤리 등 AI 기술 전반에 대한 법적 기반 마련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법·규제·정책플랫폼 '코딧'에 따르면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이후 이달 5일까지 총 34건의 딥페이크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27일 하루에만 김남희, 이해식, 한정애, 황명선, 박용갑 의원 등에 의해 총 6건의 법률안이 발의됐다. 사회적 공론화 이후부터 정보통신망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일일 평균 약 5건 상당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파악됐다.
발의된 법안들은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을 편집, 합성, 가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지, 구입, 저장, 시청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규정을 신설하고 상습적인 경우 형을 가중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또 가해자에 대한 수사·처벌 강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역할과 중요성 격상, 허위영상물 삭제 등 피해자 지원 등을 위한 내용도 반영됐다.
코딧 관계자는 “6월 22대 국회 개원 이후 법안에 명시적으로 '딥페이크' 문제를 제기하며 나온 것은 최근 열흘 사이”라며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국회에서의 관심도 높고 이례적으로 단시간에 많은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딥페이크는 AI 기술을 활용해 얼굴이나 음성을 조작해 허위로 만들어진 디지털 콘텐츠다.
영화, 게임, 광고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지만, 최근 학교와 군부대에서 텔레그램 등을 통해 타인의 얼굴에 성적 영상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되면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AI 업계, 학계는 단순히 딥페이크 대응에만 그칠 게 아니라 AI 윤리 등 AI 기술 발전에 따른 영향을 고려한 법적 기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봤다. 딥페이크 대응도 결국 AI 윤리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오순영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은 “규제가 명확해야 진흥도 할 수 있다”며 “지난 국회부터 제안만 되고 실행이 되지 못한 AI 진흥과 규제 관련 최소한의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산업 진흥은 물론 사회적 책임과 윤리 등을 담은 AI 기본법이 7건이나 발의됐지만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이번 22대 국회에는 같은 내용을 다루는 9건의 'AI 기본법'이 발의돼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이달 중 정부안을 가지고 공청회를 여는 것으로 공감대를 마련했다. 이달 말께는 국가AI위원회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