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제품 성능을 끌어 올린 제품을 내놓고 있어서다. 분야도 고성능컴퓨팅(HPC)용부터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연산하는 '온디바이스 AI(엣지 AI)' 기기용까지 아우르고 있다.
특히 최근 선보인 차세대 AI 반도체 제품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냥을 겨냥해 주목된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역량을 입증할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리벨리온은 첫 AI 반도체 '아톰' 양산에 이어 올해 말 거대언어모델(LLM)을 지원하는 '리벨'을 양산할 예정이다. KT가 주요 주주사였는데 사피온과 합병으로 SK그룹도 합류할 예정이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투자를 유치하면서 중동 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퓨리오사AI도 최근 2세대 AI 반도체 '레니게이드' 양산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열린 '핫 칩 2024' 컨퍼런스에 참가, 본격적인 영업에 착수했다. 비전 AI에 특화된 전작인 '워보이'와 달리 LLM을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퓨리오사AI는 네이버로부터 투자 유치도 성공했다.
데이터센터 밖의 시장에서는 딥엑스가 선전하고 있다. 딥엑스는 다른 AI 반도체 기업이 HPC에 집중한 것과 달리 처음부터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겨냥했다. 시장 차별화 전략이다. 딥엑스는 하반기 'DX-M1'를 양산할 예정이다. 소비전력 5와트(W)에 불과한 소형 칩 하나로 16채널 이상의 다채널 영상에 초당 30프레임 이상의 실시간 AI 연산 처리를 지원한다. 지능형 영상 분석 시스템과 보안 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모빌린트는 추론용 AI 반도체 '에리스'와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레귤러스'를 내년에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에리스는 상대적으로 고성능이 요구되는 자율주행차, 로봇, 스마트 교통관제 시스템 영역을 정조준했다. 레귤러스는 저전력이 강점으로 3W 이하에서도 AI 연산이 가능하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