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어류 '블랙친 틸라피아'의 급증으로 수천억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하자 태국 정부가 '외래종 물고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4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전날 2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의 강, 하천, 습지 등에서 블랙친 틸라피아 133만㎏을 포획했다고 발표했다.
원산지가 중앙아프리카인 틸라피아는 키클라목 시클리드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다. 국내에서는 '역돔'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도미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인 감성돔·참돔 등과는 계통이 완전히 다른 물고기다.
블랙친 틸라피아 틸라피아의 일종으로 살코기가 많아 식용으로 적합하다고 알려졌지만, 작은 물고기나 새우 등 태국의 주요 양식 산물을 먹어 치워 골칫거리로 여겨졌다.
게다가 암컷이 한 번에 최대 500마리의 새끼를 낳을 수 있는 등 강한 번식력을 가진 탓에 빠른 속도로 태국 전역에 확산되고 있다.
나타차 분차이인사와트 하원의원은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작은 하천과 습지에서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 물고기가 태국 경제에 미친 손실이 최소 100억 바트(약 391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당국은 블랙친 틸라피아를 '가장 침입적인 종'으로 규정하고, 틸라피아 1㎏을 잡아오는 주민에게 15바트(약 588원)의 포상금을 내거는 등 해당 종 박멸에 사활을 걸었다.
또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올해 말쯤에는 번식이 불가능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블랙친 틸라피아를 하천에 방류할 방침이다.
블랙친 틸라피아가 어떤 경로로 태국에 반입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틸라피아 개체수 조절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태국 왈라일락대 수윗 우티수티메타비 박사는 BBC에 “블랙친 틸라피아의 서식 범위를 제한할 수 없을뿐더러, 자연에 있을 때 지속적이고 빠른 번식 주기를 갖는 특성이 있어 근절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