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L 'QD TV' 품질 물음표…“명확한 공인 기준 마련해야”

국내 제품 QD 미검출 지적에
TCL “카드뮴 ㎏당 4㎎” 반박
필름 분해 시험 등 일부 차이
소비자 정보 확인할 방법 없어
업계 “함량·성능 표준 설정해야”

TCL QD TV(모델명: C655)의 구조도. QD 필름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TCL 홈페이지 캡쳐〉
TCL QD TV(모델명: C655)의 구조도. QD 필름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TCL 홈페이지 캡쳐〉

'퀀텀닷(QD)을 썼지만 TV에선 안 나온다?'

중국 TCL QD TV에서 QD 소재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TCL 측은 TV를 만들 때 성능이 확인된 QD 필름을 사용했다는 입장이나 실제 제품 검사에서는 QD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TCL “QD 필름 분명히 사용”

TCL은 자사 QD TV에 QD가 적용됐다는 근거로, QD 필름 속 카드뮴 함량이 4㎎/㎏(1㎏ 당 4㎎)이라는 SGS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광동리전시어드밴스드머티리얼즈가 시험분석 업체 SGS에 의뢰한 것이다. 광동리전시는 QD 필름을 만드는 TCL 협력사로 보인다.

TCL이 제공한 SGS의 QD 필름 성분 분석 자료. 카드뮴 수치가 4㎎/㎏으로 표기돼있다. 〈자료 TCL 제공〉
TCL이 제공한 SGS의 QD 필름 성분 분석 자료. 카드뮴 수치가 4㎎/㎏으로 표기돼있다. 〈자료 TCL 제공〉

카드뮴은 QD 구현에 꼭 필요한 재료(금속)다. 학계와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QD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카드뮴(Cd)과 인듐(In)을 쓰는 것 외엔 없다.

처음 TCL TV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 건 국내 판매 중인 제품 3종에서 카드뮴과 인듐이 검출되지 않아서다.

국내 소재 전문 업체인 한솔케미칼이 시장 조사를 위해 TCL TV 3종에 대해 SGS와 인터텍에 시험을 의뢰한 것인데, 제조사 설명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히 SGS는 같은 시험분석업체임에도 불구하고 TCL이 의뢰한 것과 한솔 의뢰 결과가 확연히 달랐다.

어디서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

TCL은 분석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면서 시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 TCL 측은 “(한솔 측) 보고서의 테스트 방법과 정확도로는 카드뮴의 정확한 함량을 감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사는 QD가 갖는 형광 특성도 확인했다”며 그 근거 자료로 스펙트럼 그래프를 첨부했다. QD 필름을 확실히 썼기 때문에 TV에는 문제가 없고 시험에 오류가 있다는 설명이다.

TCL이 제시한 QD 필름 광학 스팩트럼. 〈자료 TCL 제공〉
TCL이 제시한 QD 필름 광학 스팩트럼. 〈자료 TCL 제공〉

그러나 TCL은 QD 필름을 대상으로 시험한 반면 한솔은 실제 TV에 적용된 필름을 분해해 시험했다는 점이 다르다.

즉 TCL이 카드뮴을 사용한 QD 필름을 공급 받았지만 제조 과정상 오류나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QD 필름이 손상을 입었을 경우와 최종 제품에 적용되지 않은 경우를 추정해볼 수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카드뮴이 매우 적어 완제품 후에는 검출되지 않는 가능성도 추정해 볼 수 있다.

카드뮴은 유독물질로, 각국 환경규제에 따라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TCL이 유럽과 같이 환경이슈에 민감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카드뮴을 매우 소량만 사용했다면 시험에서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한솔 보고서의 카드뮴 함량에 대한 실험 기준이 0.5㎎/㎏이기 때문에 TCL 측이 제시한 4㎎/㎏의 카드뮴은 검출돼야 한다는 의문이 남는다. 또 QD 양에 따라 화질 품질에 차이는 없는 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시험 분석을 했던 SGS(스위스)는 1878년, 인터텍(영국)은 1885년 설립된 인증기관이다. 각각 2019년 말 매출액 기준 글로벌 1위, 5위로 신뢰도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드뮴은 방법론에 따른 차이로 검출 여부가 결정될 정도로 분석이 어려운 소재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QD TV 구조. 기존 LCD와 같은 구조에 퀀텀닷 필름을 더한 게 특징이다. 〈자료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QD TV 구조. 기존 LCD와 같은 구조에 퀀텀닷 필름을 더한 게 특징이다. 〈자료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 QD TV 기준 마련돼야

이번 논란이 제기된 것은 근본적으로 QD TV에 실제 QD가 사용됐는지를 소비자들은 알 길이 없어서다. QD는 수 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아주 작은 반도체 화합물 입자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어떤 금속이 얼마나 쓰였는 지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QD의 양이 많은지, 적은지, 이에 따라 화질이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QD에 대한 공인 기준이 없고, 이를 검증하는 기관도 없다.

소비자들은 제조사가 제공하는 정보만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구조다.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QD의 재료가 TV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시험 분석과 이에 따른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계속해서 취약점으로 남을 대목이다. QD TV는 일반 액정표시장치(LCD) TV보다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정부나 공신력 있는 협회, 소비자단체 등이 나서 △QD 필름 유무 △QD 성분 △TV 성능 등에 대해 점검하거나 기업이 소비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QD TV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제조사들과 학계, 연구계 등이 모여 QD를 통한 색 표현력 향상에 대한 성분이나 함량, 성능 등에 따라 VESA의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 기준처럼 표준을 설정하면 된다”며 “그러면 일관되고 안정적인 품질 관리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QD(위) TV와 LCD TV의 파장 차이. QD TV는 청색 LED 백라이트에 QD 필름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적·녹·청(RGB)이 각각 뚜렷하게 봉을 이뤄 높은 색 순도를 갖는다. 반면 LCD TV는 흰색 LED 백라이트에 컬러필터로 색상을 표현, 적·녹의 봉우리가 낮고 기울기가 완만해 표현력이 떨어진다. 〈자료 세라미스트 2016년 9월호 캡쳐〉
QD(위) TV와 LCD TV의 파장 차이. QD TV는 청색 LED 백라이트에 QD 필름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적·녹·청(RGB)이 각각 뚜렷하게 봉을 이뤄 높은 색 순도를 갖는다. 반면 LCD TV는 흰색 LED 백라이트에 컬러필터로 색상을 표현, 적·녹의 봉우리가 낮고 기울기가 완만해 표현력이 떨어진다. 〈자료 세라미스트 2016년 9월호 캡쳐〉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