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보지 않나 봅니다.”
AI 거품론 우려로 주가가 출렁인 지난주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농담을 던졌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AI 기술주가 약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국내 통신사 주가는 강세를 보인 상황을 빗댄 것이다.
물론 탄탄한 실적과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도 뒷받침됐지만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경기방어주인 통신주로서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시장 인식과는 별개로 통신사들은 AI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스스로를 글로벌 AI 컴퍼니라고 부른다. AI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유영상 대표의 말처럼 모든 사업의 무게추를 AI로 옮기는데 여념이 없다.
글로벌 AI 기업을 지향하는 SKT가 궁극적으로 나아가려는 시장은 국내가 아닌 해외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열린 퍼플렉시티와 간담회는 이러한 고민이 엿보이는 자리였다.
문제는 킬러서비스 부재와 부족한 해외 인지도다. AI 검색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퍼플렉시티와 협업은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다만 SKT가 가진 장점이 가려질 수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AI 검색은 SKT가 강점을 지닌 분야가 아니다. 국내에도 앞서가는 플레이어가 많다.
AI 검색이 AI개인비서 유입 창구가 될수는 있겠지만 핵심 서비스가 돼선 안된다. 통신 경쟁력을 무기로 특화 AI 전략을 짜야한다. 에이닷의 성공을 이끈 것이 아이폰 통화녹음이라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범용성도 중요하지만 통신 경험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놓쳐서는 안된다.
시장에서 보듯 통신사의 본원적 경쟁력은 여전히 네트워크 연결성이다. 통신사업에 AI 접목뿐 아니라 반대로 AI 사업에서도 통신을 접목해야 한다. AI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할 수 있는 무기를 스스로 놓지 말아야 한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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