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산업에서 저작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주요 게임사가 서로를 상대로 막대한 배상금을 청구하거나, 경쟁사 제품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웹젠을 상대로 'R2M'을 일반 사용자에게 사용하게 하거나 이를 선전, 광고, 복제, 배포, 전송, 번안해서는 안된다며 600억원을 청구했다.
엔씨소프트는 앞서 2020년 웹젠이 선보인 R2M이 '리니지M' 게임 콘텐츠와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도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이후 손해배상금 청구 범위를 확장해 배상금 규모를 600억원으로 늘린 것이다.
당시 1심 재판부는 R2M이 리니지M 구성요소의 선택 배열 및 조합을 통해 종합적인 시스템을 모방했으며 이러한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핵심 쟁점인 '저작물 표절' 행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엔씨소프트는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아키에이지 워'와 '롬'에 대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소송을 진행 중이다. 각각 '리니지2M'과 '리니지W'를 무단으로 모방했다는 주장이다.
넥슨 출신 개발진을 주축으로 설립된 신생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와 넥슨코리아 간 저작권 침해 및 영업비밀 도용 소송도 이날 최종 변론을 통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소송을 제기한 넥슨은 아이언메이스 구성원이 넥슨에 재직하며 개발 중이던 'P3 프로젝트'와 주요 자료를 빼돌렸기에 '다크앤다커' 출시가 빠르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이언메이스 측은 앞서 유사 장르 게임이 있었던 만큼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를 활용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넥슨게임즈에서 '블루 아카이브' 개발에 참여한 핵심 인력이 독립해 설립한 디나미스 원도 신작 '프로젝트KV' 콘셉트 정보를 선보였다가 유사성 논란에 휩쌓였다. 결국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기도 전에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그동안 게임 시장에서는 한 작품이 흥행하면 곧 같은 장르 내 유사 작품이 대거 출시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아이디어 도용이나 표절을 법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워 게임 저작물에 대한 권리 보호도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개별 업체간 법적 분쟁을 넘어 게임 저작권과 관련된 법적 기준과 보호 장치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며 “게임 개발 및 유통 과정에서의 법적 책임과 권리에 대한 기준이 재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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