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성과를 내기 위한 보험사간 경쟁이 지속되면서 '수지상등'은 옛말이 되고 있다.
수지상등은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받은 수입보험료가 나가게 될 지급보험금과 같아야 한다는 보험 원칙중 하나다. 이론적으로 보험사는 본업인 보험을 통해 이익을 내기보단, 자산운용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 보험사들이 보험손익과 투자손익 규모를 바탕으로 성적을 평가받다 보니, 원칙이 무색해지고 있다. 통상 보험사는 보험손익이 개선되면 본업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투자손익 규모가 크면 자산운용 능력이 뛰어난 회사로 해석된다.
단기적으로 보험손익을 높게 창출해 내고 있는 회사가 수지상등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타 보험사와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가고 순이익 확보를 위해, 박리다매로 가입자를 끌어모은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지난해부터 생명보험사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은 '단기납 종신보험'은 수지상등 원칙과 거리가 멀다.
단기납 종신은 기존 20년 이상으로 길었던 종신보험 납입 기간을 5·7·10년 등으로 절반 이상 단축한 상품이다. 10년 이후 해지시 120~130%가량 높은 환급률과 비과세 혜택을 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당초 상품 개발부터 보험료 대비 보험금(해지환급금)이 높도록 설계됐다는 의미다. 소비자 입장에선 유리한 상품이지만, 10년 뒤 대규모 해지가 발생할 경우 보험사는 급격한 현금 누수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까지도 회사별로 환급률을 올려가며 경쟁을 펼쳤던 건, 단기 실적 올리기에 혈안인 현재 보험시장을 보여준다.
수지상등 원칙은 소비자에게 과도한 보험료가 책정되는 것을 방지하고, 보험사에겐 보험료와 보험금 간 균형을 맞춰 사업 지속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해왔다. 보험은 금융상품 중 가장 호흡이 긴 상품으로 꼽힌다. 여유를 갖고 멀리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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