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여신 규모가 급증하고 있지만 쌓아둔 충당금은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사들도 충당금 적립비율이 모두 악화되면서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12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산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에서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모두 100% 미만으로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은 저축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으로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여신을 합산해 계산한다. 대형 저축은행들도 부실채권에 대한 대비가 온전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회사별로는 상위 5개사 중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충당금 적립비율이 51%로 전년 동기(87.6%) 대비 30%p 이상 악화되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손충당금을 지난해 2573억원에서 올해 3364억원까지 더 적립했지만,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이 2937억원에서 6598억원으로 두배 이상 불어난 영향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상반기 대손충당금을 2353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동일하게 적립했지만, 고정이하여신이 3086억원에서 3314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적립비율(71.0%)이 5%p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기준 가장 높은 충당금 적립률을 보여줬던 OK저축은행에서도 부실여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OK저축은행 고정이하여신은 1조3776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8275억원) 대비 5000억원 이상 늘었다.
이에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지난해 119.3%에서 올 상반기 기준 72.5%까지 급락한 상태다.
마찬가지로 웰컴저축은행(117.7%→78.2%)과 SBI저축은행(103.2%→80.3%)도 지난해엔 적립비율 100%를 상회했으나, 올해는 부실 만큼 충당금을 쌓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연체율 상승과 올해 6월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부동산PF 사업성 재평가가 겹치면서 고정이하여신 증가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말 전국 79개 저축은행 연체율은 평균 8.36%로 전년 동기(5.33%) 대비 3%p 이상 상승한 상태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하고 추진중인 부동산PF 옥석가리기와 함께 신규 부실채권이 다수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금융위는 금융사가 부실사업장을 선별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개편한 상태다.
금융위는 사업성이 부족한PF에 대해 경·공매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는 대손충당금 적립과 경·공매로 인한 손실로 이어져 저축은행 실적 악화가 예고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엔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조하면서, 대손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달 저축은행업권 간담회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부동산PF 사업성 평가에 따라 마련된 재구조화·정리계획을 이행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가능성에 대비해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본확충에도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