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암이나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119구급대의 응급환자 재이송으로 인한 사망자가 5년간 4000명에 달하고 있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은 더 하고, 앞으로도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불편을 넘어 생명과 직결되는 이 문제의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입법대란이 있지만, 이미 잘 만들어 놓은 응급의료법을 입법취지에 맞게 잘 준수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먼저, 지방 공공병원 의료진의 파견을 검토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립대병원을 제외한 지방의료원, 공공병원은 환자 부족으로 폐원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는 핵심 조직이자 인력으로 군의관이나 공보의보다 충분한 경력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경증환자 초진, 중증환자 진단후 경과 관리, 본인의 전문과목 환자의 배후 진료 등을 담당할 수 있다.
주간 진료만 돕더라도 오지 않는 환자를 공공병원에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의사 부족을 지원하는 것이 낫다.
둘째는 응급의료전산망의 조속한 구축이다.
법률(15조)에까지 반영하고도 이런저런 애로와 핑계를 호소할 단계를 벗어나야 한다. 전자정부 1위와 디지털정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가 환자를 태운 구급차 안에서 20군데씩 전화를 돌리고, 재이송 사례가 연간 4000건이 넘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창피한 일이다. 전산망으로 사전에 수용가능한 의료기관을 확인후 이송하는 것이 가능하다.
셋째는 응급의료법(48조의2)의 '수용능력 확인' 의무를 재해석하고 취지대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해당 조항은 응급환자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의료진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반면, 현실에서는 응급실이 전화로 환자의 수용 여부를 허가하고, 거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넷째는 전문의 부재를 이송거부 사유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 재이송 사유의 1순위가 전문의 부재(41.9%)로 꼽히고 있다. 최소한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중증환자를 상대로 이송을 거부해서는 곤란하다.
당직 전문의로 비상진료체계까지 법제화(32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담당 전문의가 부재할 때 환자를 이송하는 대신 다른 병원의 의사가 이동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가 도착한 후에야 전문의를 호출하는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 119로부터 응급 환자 이송 연락을 받으면, 의료진이 즉시 대기할 수 있도록, 최소한 준비 호출을 할 필요가 있다.
응급의료 시스템 위기는 단순히 정부와 의사 간의 갈등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응급의료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