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주로 사용하는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면서 3천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헤즈볼라는 즉각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며 보복을 다짐해, 이스라엘과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레바논 보건부는 최소 9명이 사망하고 2천75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 약 200명은 위독한 상태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호출기에 경고음이 울리고 화면을 확인하는 도중 폭발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에 사용된 기기는 '삐삐'로 알려진 낡은 통신기기로, 이스라엘이 소량의 폭발물과 원격 기폭장치를 설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위치추적과 표적 공격을 우려해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도록 조치했었다.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전적인 책임을 묻겠다”며 보복을 경고했다. 이란과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도 이번 사건을 강력히 규탄했다. 레바논 정부 역시 내각회의 후 이스라엘을 강력히 비난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사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최근 소강상태를 보였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위기가 다시 고조될 전망이다. 가자전쟁 발발 후 약 1년간 무력 충돌이 지속됐으며 최근에도 무력 공방이 있었으나, 이번 사건이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 사건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강조하며, 모든 당사자들에게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유엔 역시 긴장 고조를 우려하며 추가적인 호전적 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