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서는 빠른 컴퓨팅 속도 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키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대용량·고성능 메모리가 필수입니다.”
AI가 생활 곳곳에 스며들면서 반도체 시장 패러다임도 대변혁을 맞이하고 있다. AI 연산을 위한 가속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연산·저장하려면 이에 걸맞은 메모리도 필수다. 고대역폭메모리(HBM)나 AI 서버용 낸드플래시가 손꼽힌다.
김태원 램리서치 유전체 식각 사업 부문장은 이같은 AI용 메모리가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저장장치(스토리지) 경우 현존하는 2000~300단 낸드 플래시로는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에서 1000단 수준의 낸드 고도화(스케일링)를 실현하려는 이유다. 김 부문장은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며 “고종횡비 식각이 대표적”이라고 부연했다.
종횡비는 물체의 가로와 세로의 비율을 뜻한다. 낸드를 높은 단수로 쌓으려면 이를 관통할 구멍(홀)이 필요한데, 미세한 구멍을 높이 뚫어야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를 고종횡비한다. 현재 200단 낸드 경우 종횡비가 50대 1 수준으로, 1000단을 실현하려면 종횡비를 훨씬 높여야하는 상황이다.
김 부문장은 “오늘날에는 고종횡비 식각을 통해 메모리 채널을 형성, 낸드 플래시 고도화를 실현한다”며 “램리서치는 새로운 화학물질을 활용한 극저온 고종횡비 식각 기술로 이에 대응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1980년 반도체 식각 기술로 시작, 현재 세계 4대 반도체 장비 회사에 이름을 올린 램리서치는 2019년 1세대 극저온 식각기술 '크라이오'를 선보였다. 영하 63도 수준에서 공정을 진행 식각 효율 및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낸드 구멍을 반듯하고 깊이 뚤을 수 있어 고종횡비 식각을 가능하게 한다.
램리서치는 최근 3세대 크라이오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3세대 크라이오 기술은 고종횡비가 100대 1 수준에 이른다. 1000단 낸드를 실현하기 위한 고종횡비 식각이 가능해진 것이다.
김태원 부문장은 “식각 속도 역시 기존 세대 대비 2.5배 빨라져 높은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웨이퍼 당 에너지 소비량도 40% 낮춰 탄소 배출량을 대폭 저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램리서치는 3세대 크라이오 기술 공급을 위해 여러 반도체 제조사와 논의하고 있다. 특히 400단 이상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준비하는 고객사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 부문장은 “기존 라인에 3세대 크라이오 기술에 기반을 둔 소프트웨어(SW)와 장비 모듈 업그레이드로 극저온 고종횡비 식각 공정을 구현할 수 있다”며 “앞으로 AI 시대를 진행하는데 도움이 될 기술”이라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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