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온 '반도체 겨울'…업계와 온도차 극명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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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업황 둔화를 전망한 미국 투자은행 보고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공급 과잉을 근거로 삼았으나 과도한 '비관론'이란 지적이 잇따른다.

19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장 초반 전 거래일보다 11.11% 떨어진 14만4700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도 장중 최저가 3% 이상 하락한 6만2200원까지 내려와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의 주가 하락은 지난 15일(미국 시간) 모건스탠리가 낸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는 보고서 영향으로 분석된다. 추석 연휴 기간에 공개된 이 보고서에서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54% 낮췄다. 삼성전자 목표 주가도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27.6% 하향 조정했다.

내년부터 HBM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고, 스마트폰·PC 등 정보기술(IT) 시장 성장 둔화로 범용 D램 수요 회복세가 늦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메모리 시장 전반이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과도한 비관론”이라며 시장 상황과 괴리가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 AI 거품론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빅테크 및 정보기술(IT) 기업들의 AI 투자는 이어지고 있고, HBM 수요 역시 견고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 경우 2025년의 HBM 물량까지 '완판'했고, 미국 마이크론도 내년까지 HBM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 삼성전자도 주요 AI 반도체 기업 성능 테스트(퀄) 통과가 임박, 본격적인 공급을 목전에 뒀다.

메모리 시장을 이끌어왔던 수요와 공급 주기(사이클)도 더이상 유효하진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메모리 개발 방향이 '맞춤형'으로 바뀌면서 수주받은 물량을 생산하는 체제로 전환돼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5월 “고객사들의 맞춤형 요구가 증가하면서 (HBM이) 점점 수주형 성격으로 바뀌고, 공급 과잉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HBM 수요 성장률은 연평균 60%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PC 시장도 '온디바이스 AI' 확산이 범용 D램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업계에서는 모건스탠리의 의도적 한국 반도체 흔들기가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2021년 8월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겨울이 온다(Memory, Winter is Coming)'이라는 보고서로 반도체 업황 악화를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3개월만에 예상보다 '덜 나쁜(less bad)'다며 입장을 선회한 바 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