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작가에게 의뢰해 만든 옥외 설치 조형물은 내 소유물이니까 내 마음대로 설치 장소를 바꾸거나 철거해도 되나요?
A. 저작권은 정신적 창작활동인 저작물에 대한 '무형'의 권리입니다. 따라서 '유형'의 물건 자체에 대한 권리인 소유권과는 구별됩니다. 예컨대 미술품을 구매하여 그 작품 소유자가 됐다 할지라도, 원저작자인 작가에게는 여전히 '저작권'이 남아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저작권은 크게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나뉩니다. 특히 그 중 저작인격권(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은 저작자가 양도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일신전속적' 권리입니다.
여기서 '동일성유지권'이란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입니다. 따라서 저작자의 의사에 반하여 타인(소유자 포함)이 마음대로 저작물을 수정·변경하는 경우라면,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유지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옥외 조형물의 '설치 장소를 이전'하거나, 나아가 '철거·폐기'하는 경우에도 동일성유지권이 침해된다고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나뉩니다.
옥외 조형물의 경우 주변 공간을 고려하여 적절한 위치에 설치되는 것이므로, 위치 변경도 동일성유지권 침해라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동일성유지권이 제한되는 '부득이한 변경'(저작권법 제13조 제2항 제5호)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따라서 분쟁 예방을 위해 해당 작품의 위치 변경 관련 저작자와 사전에 협의를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옥외 조형물을 소유자가 철거·폐기하는 경우도 동일성유지권 침해일까요? 이는 소유자의 '처분권'에 기초한 것이므로 저작자에 대한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저작물의 일부 변경은 동일성유지권 침해라고 보면서 완전 철거의 경우는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저작인격권 보호에 충분치 않다고 보는 반대 견해도 유력합니다.
이와 관련해 벽화의 소유자가 저작자인 화가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 벽화를 임의로 철거한 사례(이른바 '도라산역 벽화 철거' 사건)에 대한 판결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동일성유지권 침해라고 보기 어려우며, 현행 저작권법상 장소 특정적 미술에 대한 특별한 보호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철거 행위는 저작자의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지요.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저작물 폐기 행위로 저작자의 인격적 법익 침해가 발생한 경우, 저작권법상 동일성유지권 침해의 성립 여부와 별개로 저작자의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저작권과 무관하게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아 불법행위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법률지원센터 박애란 책임(변호사)
〈공동기획〉한국저작권위원회-전자신문
박애란